지난주 전국의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들이 울산에 모였다.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국내 도시계획 분야 가장 큰 학회인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추계학술대회가 유니스트에서 개최된 것이다. ‘울산에서 도시의 미래를 찾다’라는 주제 아래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에 300여명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특별히 울산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 울산의 미래와 공간구조 전략이라는 제목 하에 두 번의 정책세미나가 열려, 울산의 도시계획·교통·산업 부문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정책세미나에서 논의된 주제들이 단순히 전문가들의 아이디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공유되고 울산의 도시정책에 반영되어 지속가능한 울산 발전의 토대가 되길 바라며 주요한 토론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울산 경제구조로는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갈 수 없음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어떠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도시공간구조를 형성해가느냐가 미래 울산의 핵심 과제이다. 어느 시점이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도시의 발전 단계와 산업구조의 변화를 고려해 볼 때 울산에 서구의 산업도시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제조업의 쇠퇴는 필연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장래 변화에 대비하고 쇠퇴와 위기가 닥칠 때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대응력 있는(Resilient) 도시 울산을 만들어가기 위한 연구과 정책개발이 각 부문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 세계의 대도시권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세계화 시대, 울산이 속해 있는 동남권은 수도권과 더불어 산업, 물류, 해양 기반의 글로벌 대도시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잠재력이 충분하다. 울산의 경제성장과 미래 먹거리, 시민들의 삶에 대한 계획을 울산의 행정구역 내 한정하여 고민하기 보다는 보다 광역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동남권 대도시권을 구성하는 핵심 도시로서 부산 등 인근 지자체와 상생 전략을 개발하고 울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전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2차전지 등 에너지저장 관련 제조업, 기존에 특화된 제조업과 연계된 석유물류,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등의 전문 서비스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높다.
도시공간구조 측면에서 볼 때, 울산 개발가용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발제한구역은 산업도시에서 친환경생태도시로의 변화 과정 속에서 환경과 성장 두 목표를 동시에 지원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 범위 내에서 30만㎡ 이하의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해제권한이 광역자치단체장에게 넘어올 계획이다. 따라서 보존할 곳은 보존하되 울산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곳은 창조적 파괴의 관점에서 과감히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래 울산을 책임질 교통 인프라로는 동해남부선과 KTX 경부선을 연계하는 도시철도 신교통수단의 도입과 도심을 관통하는 대심도 고속도로 건설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시작한지 이미 50년이 넘게 지났다. 50년은 문화재법 상 문화재로 등록 가능한 기준이 된다고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울산의 주요 산업 현장들이 장래 산업유산으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조사와 보존을 위한 노력을 시작할 시점이다. 실제로 유럽의 산업단지, 공장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문화, 관광의 중심지로 활용되고 있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 내에 산업의 역사를 담음과 동시에 울산 전역의 산업 유산들을 보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산업도시 울산의 역사적 정체성을 높이고 산업관광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이상의 논의에 울산의 미래 발전을 위한 중요한 화두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고 본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시민들과 전문가, 공무원들이 지혜를 모아 소통하고 장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울산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창원, 포항, 구미 등 우리나라 산업도시들, 더 나아가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산업도시들에게 미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창조도시 울산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11월 2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울산에서 도시의 미래를 찾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