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도 사람이다”라고 하면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뛸 듯하다. 하지만 생물의 ‘종·속·과·목·강·문·계’ 분류법에 따르면 이들은 엄연히 사람‘과’(科)에 속한다. 현재 인류는 사피엔스‘종’ 호모‘속’ 사람‘과’로 분류된다.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는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사람‘과’(Family)이다.
대신 ‘속’은 달라 특성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오랑우탄과 고릴라는 초식성이지만 침팬지는 육식을 하는 잡식성이다. 오랑우탄이나 고릴라와 비교해 침팬지는 영역 배타적이며 공격적인 성향을 띤다. 침팬지와 같은 속이지만 다른 종으로 보노보가 있다. 보노보의 다른 이름은 피그미 챔팬지다. 보노보는 침팬지보다 온순하고 친화적이며 다른 무리와 조화를 이루는 평화적 특성을 갖는다. 침팬지는 부계사회, 보노보는 모계사회를 이룬다고 알려졌다. 보노보는 현생 인류와 유전자 유사성이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보다 높아 99%가량 같다고 한다. 이렇듯 침팬지와 보노보는 같은 속에 속하지만 종은 다르다.
호모 사피엔스와 속은 같지만 다른 종은 없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하나의 종밖에 없냐는 질문이다. 지금은 없지만 호모에 속하는 다른 종이 과거에는 있었다. 약 3만년 전에 멸종한 호모 네안데르탈이다. 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화석이 발견돼 붙여진 이름이다.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뇌도 크고 강한 체구를 가졌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화석과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대감 높은 공동체를 이루며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는 증거는 뚜렷해 보인다. 네안데르탈인의 성대를 분석한 결과 마치 음악과 같은 언어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논리적이고 의미 전달이 분명한 언어를 사용한 호모 사피엔스와의 전투에서 불리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보다는 호모 뮤지션, 호모 하모니 등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네안데르탈은 같은 시기, 유럽과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만나 경쟁하고 때론 치열하게 싸웠다. 한 종은 사라지고 다른 종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피가 섞여 호모 사피엔스에는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2~3% 정도 남아 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을 소환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주로 살았던 지역의 기후에 비해 열악한 기후를 견뎌냈다. 최근 인류가 가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저항능력이 발견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역사상 최악의 기후재앙과 환경오염을 겪고 있고 산업경쟁사회 그리고 디지털 시대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견뎌야 하는 인류에게 조화로운 공존의 지혜를 지금 인류의 혈액 속에 남겨 주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전쟁과 갈등 속에서 지금 인류는 어디에 ‘속’하고 어떤 ‘종’류인가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본 칼럼은 2022년 9월 23일 서울신문 25면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우리는 어디에 속하고 어떤 종류일까’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