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정초인사 같았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크기와 종류를 달리하며 쏘아 대는 미사일들은 우리 긴장의 끈을 수시로 당겨준다. 그러나 해프닝이 반복될 수록 점점 더 짧아지는 뉴스 코멘트와 형식적인 정부 성명은 일상화된 대한민국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전쟁은 안 일어나겠지…, 괜찮을까 우리의 안녕은.
2월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이상하리라 만치 기대도 성적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옆 나라에서 열리고, 특히 우리는 지난 2018 동계올림픽 개최국인데도 왜 관심이 낮을까? 금메달 2개, 종합순위 14위라는 결과는 의아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예견된 결과였단다. 오히려 전체 메달 수 9개는 앞으로도 해 볼 만한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의 발전을 증명했다고 하니 OK.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21세기에 유럽에서 처음 발생한 제도권 국가간 전쟁이다. 우리에게 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유럽연합 VS 러시아중국으로 재편된 신냉전이라는 국제관계 경색은 올 한해 내내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가 안보이슈는 중립국이던 핀란드, 스웨덴마저 나토에 가입하게 만드는 중이다. 세계 농산물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은 전세계에 식량 수급불안을 야기했다. 또 천연가스와 석유 공급을 무기화한 러시아의 태도는 에너지 공포를 만들었다.
3월9일,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5년전 2017년 겨울 광화문에서 국정농단을 규탄했던 대한민국이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택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정부가 인정받지 못한 탓일까? 20대 대통령은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청와대를 나와 용산 대통령실을 만들고, 도어 스태핑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인사, 외교, 특정 언론과의 관계 등에 잇따른 갈등이 나타났다. 얼마나 진심, 얼마나 우리 삶이 나아지는 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노코멘트.
5월2일, 실외 마스크 해제. 코로나는 이제 끝이 보인다. 3년을 얼려 놓은 일상은 이제 해동중이다. 평생 처음 겪은 코로나 팬데믹은 잊지 못할 시퀀스를 남겼다. 특정 시간 이후에는 영업을 못하고, 식당과 행사에 입장 인원과 모임 인원을 통제했다. 팬데믹 초기에 감염자는 죄인처럼 사회로부터 매도 당했다. 거리두기 단계 적용과 해제를 반복하며 내부 갈등도 많았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만 남겨둔 지금이다. 수십년 후 후세들에게 마스크를 1인당 몇개만 살 수 있었고, 모임 인원과 식당 시간도 나라가 통제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이야기하겠지.
7월8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살되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임했던 총리인 만큼, 우리에게 크고 작은 이슈들에 참 많이 얽매여 있던 이름이다. 좋든 싫든 뜻밖의 피살 소식은 충격이었다. 망자에게 더 무슨 감정을 품겠나. 명복을 빌었다.
10월29일, 이태원에서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 엔데믹 끝자락에 벌어진 이 참사는 다시한번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 책임회피와 은폐라는 기만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 새정부는 특별애도기간이라며 갑자기 가을 속 국내 행사를 모두 취소시켰다. 책임과 사과도 진상규명 뒤로 미뤘다. 희생자의 죽음을 놓고 정치적 셈은 광속인 아이러니. 서울 한복판에 벌어진 이 어이없는 난리는 아직도 덜 성숙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11월2일, 카타르 월드컵은 2022년 다사다난한 우리나라에 준 선물이었다. 12년만의 16강 진출은 이제 다음 목표를 더 올려 잡는 확실한 디딤돌이 되었다. 모르긴 해도 26년 월드컵 때는 16강 정도는 성에 차지 않을 성 싶다. 손홍민의 드라마 같은 부상투혼과 활약은 우리나라의 끈기와 저력이다. 우리 선수들은 덩치 크고 고무공 처럼 날렵한 백인·흑인 사이에서 신체적 약세를 악착같이 극복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보였다. 왜 우리는 항상 간절해야 하냐는 물음에 답해보기를.
12월18일 현재, 한해 동안 계속된 금리상승으로 체감경기는 오늘 한파만큼 기록적이다. 코로나를 벗어나니 이제 경제가 빨간불이란다. 긴축, 물가인상과 불경기전망은 2022년을 관통하고 2023년을 향하고 있다. 다사다난한 2022년은 그·러·나, 좋은 변화를 이끄는 모멘텀이라 믿는다. 정치외교는 화합으로, 늘 안전한 일상으로, 마스크 벗은 웃음들이 가득한 2023년이 눈 앞에 와 있다. 취소되었던 부산불꽃축제가 3년만에 어제 저녁 다시 열렸다. 3년 전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불꽃들을 바라보며 지인들과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모든 일은 정도를 찾아간다. 아듀 2022, 웰컴 2023.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2년 12월 20일 경상일보 15면 ‘[정연우칼럼 아웃사이트(12)]2022년 룩백(Look Back)과 2023년 희망걸기’ 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