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줬다. 지난해 4분기 양사의 반도체 분야 매출과 영업이익 차이는 K반도체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TSMC는 매출 약 25조 6000억 원, 영업이익 약 13조 3136억 원을 낸 반면 삼성전자는 매출 70조 4600억 원, 영업이익 4조 3100억 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만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매출 20조 700억 원, 영업이익 2700억 원이다. 반도체 부문만 따졌을 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된 2009년 2분기(약 2400억 원) 이후 최저로 TSMC의 약 5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부터 반도체 사업 적자 전환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양사의 시가총액은 순위가 바뀌었고 그 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산업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시사점을 찾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우선 주요 업종이 양사의 명암을 갈랐다. TSMC는 시장 등락에 영향을 덜 받는 시스템반도체 위탁 생산의 압도적 강자다. 세계 정보기술(IT) 수요가 급락하자 시장에 민감한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TSMC의 점유율은 60%를 처음으로 달성해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정부의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1위 달성에 대한 포부는 색이 바랬다.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활로 개척에 유리하다. 뛰어난 해외 인력을 흡수하고 우수한 엔지니어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또 양사 같은 대기업에 적용될 법인세 부담 차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대만의 경우 법인세율이 20%고 지방세는 없지만 한국은 법인세율 24%에 지방세까지 합치면 26.4%에 달한다. 조세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 먹거리를 대만에 빼앗기게 된다. TSMC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1.5%로 삼성전자(21.5%)의 절반이다.
보조금 지원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반도체를 국가안보로 인식하는 미국처럼 대만도 반도체 기업이 투자하면 세금을 25% 깎아주기로 했다. 한국은 대기업 투자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며 국회에서 세액공제를 6%에서 8%로 찔끔 확대했다. 세수 감소 우려도 중요하지만 칩4(한국·미국·일본·대만)라는 글로벌스탠더드를 생각할 때 찔금 지원은 안일한 인식이다. 기업과 산업이 성장해야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 세율 인하가 세수 증가에 기여한다는 래퍼 곡선은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인텔은 AMD와,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과 경쟁하면서 마진을 더 많이 남기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파운드리에서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해온 TSMC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한팀으로 움직여 신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규제를 풀고 세제를 지원해야 한다.
<본 칼럼은 2023년 2월 9일 서울경제 “[시론]기업·정부 ‘원팀’으로 TSMC 넘어서야”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