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은 경고를 뜻하는 노란색을 띤 밝은 녹색이다. 연두색을 둘러싼 세 가지 경고장을 마주해 보자.
우선, 연두색 법인용 승용차 전용 번호판 제도다. 그간 페라리 같은 비싼 차를 법인 자격으로 구매해 세제·보험 혜택을 받은 얌체족의 불편한 진실이 우리를 화나게 했다. 오는 7월부터 업무용 차에 연두색을 적용해 탈세를 막는 고육지책이 실시된다.
둘째, 달러 발행 남발과 관련된 역사다. 그린백(greenback)은 지폐 뒷면이 그린인 달러의 별명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천문학적 달러 찍기는 인플레이션이란 고통을 야기했다. 원래 그린백(Greenback)은 민간은행이나 연준이 아닌 미 정부가 찍어낸 달러 화폐였다. 링컨이 남북전쟁 자금을 마련하려 4억 달러 그린백을 처음 발행했다. 이후 그린백은 간간이 발행됐으나 은행가의 비난에 직면했다. 은행가는 그린백이 귀금속으로 뒷받침되지 않아 치명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거란 불편한 진실을 간파했다. 마지막 그린백은 메릴린 먼로와 염문을 뿌린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발행했다. 그의 의문사로 그린백은 유통되지 못했다.
셋째, 그린은 2006년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 이후에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상징이 됐다. 세상이 탄소중립과 그린에너지로 수렴하기까지 많은 이들은 기후변화의 진실과 관련한 논쟁을 벌였다. 지구 온도가 정말 높아졌나, 기후변화 원인이 온실가스 때문인가. 이제 세상은 논쟁을 멈추고 그린혁명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그린 보호무역주의는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경계할 대상이다.
영어 표현에 그린이 질투의 색깔(green with envy)이기도 하나, 세상은 암울한 경제를 구원해 줄 청신호(Green light)를 기다리고 있다. 사업가에게 그린 지갑을 선물하면 수익증가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경고보다는 그런 의미의 그린을 시장이 간절히 원하고 있다.
<본 칼럼은 2023년 3월 24일 중앙일보 “[조원경의 돈의 세계] ‘그린’에 얽힌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