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택시장이 유난히 뜨거웠던 해인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정부의 갖은 주택경기 부양정책에도 꿈적하지 않던 주택시장이 상반기 아파트거래량이 살아나면서 회복의 기미가 보이자 건설사들은 앞 다퉈 분양에 나섰고 실제 시장에서도 분양 물량들이 대부분 소화되었다.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이 연말까지 50만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3만호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는 전국 미분양 아파트수가 이러한 시장 동향을 보여준다. 최근 공급과잉,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 등 향후 부동산 시장 변동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은 이러한 추세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울산의 경우는 어떠한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및 착공실적은 2015년 1월에서 10월 사이 1만237호, 8400호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3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 분양승인은 6223호로 전년 동기 대비 30.6% 증가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 물량 자체의 증가율은 수도권의 3분의1에 못 미치고 있어 공급과잉의 우려가 크지 않고 공급물량을 시장이 충분히 흡수하는 모양새다. 2014년 기준 울산의 주택보급률은 109.3%로 전국 대도시 중 최상위 수준이다. 이런 높은 주택보급률 여건에서 지역 내 주택공급이 증가했지만, 2013년 12월 3310호에 달하던 울산의 미분양 아파트수가 2014년 12월 258호, 올해 10월에는 89호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1월에 분양한 몇몇 단지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으며 실제 계약률에 따라 내년도 울산 주택시장 동향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주택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 10월 기준으로 울산의 주택매매가격(지수)은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으며 ㎡당 평균아파트가격 기준으로는 9.2% 상승했다. 이러한 추세에 편승해 최근 울산 남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는 ㎡당 360여만원(평당 1200만원)을 넘어섰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주택투자자와 소유자 입장에서는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일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신혼부부, 청년층 등 젊은 세대와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가계소비를 감소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따라서 최근 울산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가격을 포함해 지역 내 주택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모니터링 및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 정보에 따르면 2015년 10월 기준 울산의 아파트 ㎡당 평균매매가격은 288만원 수준이다. 대구(323만원/㎡) 보다는 낮지만 비슷한 규모의 광주(229만원/㎡), 대전(248만원/㎡)보다는 높으며 인천(290만원/㎡) 및 부산(291만원/㎡)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남구와 동구의 경우 ㎡당 325만원 내외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시세를 보인다. 울산이 전국 광역지자체 중 1인당 지역소득 1위 도시로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소득을 고려하면 주택가격이 높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울산시민들이 체감하는 주거비부담 수준은 매우 심각하다.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울산시민 중 주택 임차료 및 대출금 상환 부담이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46.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조금 부담된다’와 ‘매우 부담된다’를 합친 비율은 81.1%에 달하는 등 시민들의 절대다수가 주거비 부담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현재의 울산 주택가격이 과연 적정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진국의 많은 도시들은 지불가능한 주택 혹은 저렴주택으로 번역되는 affordable housing 공급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시민들의 소득과 주택가격 수준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다양한 주택정책을 수립, 시행해나가고 있다. 주택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시점에서 울산시에서도 시민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라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부동산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시장 모니터링과 주택계획 수립 및 다양한 주거 프로그램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12월 1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울산의 주택가격은 적정한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