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미국의회 연두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팅 기술은 거의 모든 제조업 생산방식에서 혁신을 가져올 기술로 언급하면서 제조업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할 기술로 선언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현 정부의 주요 정책기조인 창조경제의 핵심 개념이 ‘상상력이 새로운 비즈니스가 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바꾸어 말하면 ‘창조경제인’이 빠르고 경제적으로 아이디어의 상용화를 이루어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창조경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맞춤형 생산기술이 필수적이며, 3D 프린팅 기술은 수요자의 설계를 바탕으로 복잡한 3차원 구조체의 손쉬운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창조경제 실현에 가장 부합하는 제조기술이다.
반면 3D 프린팅 기술이 거품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시각의 근거는 3D 프린팅 기술이 최근에 들어서 제안된 기술이 아니라 이미 1970년대부터 첨삭공정(additive manufacturing)으로 불리면서 존재하고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3D 프린팅 기술이 제조업의 생산 방식을 혁신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현대의 실생활에 깊이 침투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그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도 많은 사람들이 3D 프린팅 기술이 3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기술이라는 장밋빛 예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1970년대와는 달리 현재는 본격적인 3D 프린팅 시장이 형성되기에 충분한 사회전반적인 분위기 즉, 3D 프린팅 생태계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1970년대의 경우 3D 프린팅 시장을 지탱할만한 관련 기술도 부족했고 3D 프린터의 가격도 고가여서 그 활용도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현재는 100만원 이하의 개인용 3D 프린터 보급이 시작됐고, 또한 프린터 설계도와 소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렙랩(RepRap) 프로젝트를 통해 MakerBot와 같은 업체가 파생되는 등 생태계의 저변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2D 인쇄기기 업체와 마찬가지로 자사의 기기에 호환되는 소재 카트리지(필라멘트, 바이오잉크 등) 판매 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조성된 3D 프린터 생태계에서 개인용 및 산업계 활용도를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프린팅 소재의 다양성 부족 및 높은 가격, 다중 소재 프린팅의 한계, 현저하게 느린 조형 속도, 조형물의 강도, 조형물의 낮은 가공 정밀도 등의 기술적인 이슈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중에서 기존의 3D 프린팅 장비의 경우 단일소재 단일 프린팅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최종 구조물의 형상이 단순하고 기능적 측면에서 산업과 깊은 연관을 가지는 고부가가치형 제품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플라스틱, 금속, 세라믹 등 다양한 소재로 구성된 다중 복합 소재로 구성된 ICT, 전자, 전기, 에너지 소재, 부품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중 기법이 복합된 다중 소재 프린팅 기술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내 3D 프린팅 산업계가 세계적으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015 International CES’에서는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위치한 VOXEL8이라는 신생 기업이 동명의 세계 최초로 전자제품을 인쇄하는 3D프린터를 발표했다. VOXEL8 프린터는 오토데스크 사의 ‘Project WIRE’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플라스틱과 전도성 실버 잉크를 한 장비에서 2중 노즐을 통해 같이 3D프린팅 함으로써 초보적인 전자제품을 3D 프린팅할 수 있는 장비이다.
향후 다중소재와 각 소재별로 최적화된 3D 프린팅 기법의 융복합화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조립공정이 불필요한 무조립 생산방식에서 혁신을 가져올 기술로 판단된다. 3D 프린팅 기술은 궁극적으로 기존의 공정기술로는 제작이 불가능했던 부품을 제작하거나, 기존의 기술로도 제작이 가능하지만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할 경우 혁신적으로 생산단가를 줄여줄 수 있거나, 아니면 개개인마다 특색이 다르고 개인차가 존재해 개인 맞춤형 부품이나 시스템에 관련된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용도를 넓혀간다면 지속가능한 기술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경진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12월 8일 경상일보 18면에 ‘[기고]3D 프린터의 현황과 기술적 이슈’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