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이 맺어진 이후 참가국 스스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하여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6월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그린수소의 가격을 현재보다 약 5배 낮은 1kg당 1$를 달성하겠다는 ‘수소에너지 어스샷’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역시 탄소중립을 위해 2023년 4월 10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이는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을 통해 세계 그린수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글로벌 수소 시장, 특히 수소 생산부문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 생산기술 확보는 필수다.
그린수소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를 통해 생산된다. 수전해 시스템은 수소발생전극(환원극)과 산소발생전극(산화극), 그리고 전해질로 구성되며, 운전 온도에 따라 크게 고온 수전해와 저온 수전해로 나뉜다. 고온 수전해기술은 세라믹과 같은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며, 600~800℃에서 스팀의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한다. 반면, 비교적 낮은 온도인 50~80℃에서 작동해 신재생에너지와 직접 연계가 용이한 저온 수전해기술은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알칼라인수전해(AWE), 양이온교환막수전해(PEMWE), 음이온교환막수전해(AEMWE)로 분류하며 각 기술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알칼라인수전해(AWE)는 환원극과 산화극을 고농도의 알칼리 수용액(일반적으로 25~40% 수산화칼륨 용액)에 담궈 전해를 하며, 생산된 수소와 산소는 다공성 막을 활용해 분리한다. 알칼라인수전해(AWE) 기술은 100년 넘게 산업에서 활용되어 기술 숙련도가 높고 시스템의 수명이 30~40년으로 길며, 니켈 등 비귀금속 기반의 촉매를 사용하여 장치 비용이 낮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량의 고농도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며 두꺼운 분리막으로 인해 시스템 내부의 저항이 높아 시스템 효율이 낮다.
양이온교환막수전해(PEMWE)는 양이온교환막을 고체전해질로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저온 수전해 시스템이다. 양이온교환막은 반응에 필요한 양성자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 알칼라인수전해(AWE)와 비교하여 수소 생산속도가 빠르다. 얇은 고체전해질은 전해조를 보다 밀도 있게 소형화 및 스택화를 가능하게 하며, 특히 시스템 내부에서 가압이 가능하여 추가적인 가압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양이온교환막 수전해는 강한 산성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백금, 이리듐과 같은 귀금속 촉매가 필요하며 스택 구성품도 내부식성이 강한 귀금속 혹은 티타늄 기반의 재질이 필요하여 전반적인 시스템 비용이 높다.
위의 알칼라인수전해(AWE)와 양이온교환막수전해(PEMWE)의 단점을 보완하고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이 음이온교환막수전해(AEMWE) 기술이다. 이는 알칼라인수전해(AWE)와 같이 값싼 비귀금속 기반의 소재를 활용하여 스택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본 기술은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어 상용화된 알칼라인수전해(AWE)와 양이온교환막수전해(PEMWE)에 비해 기술 숙련도가 낮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고성능, 고내구성의 음이온교환막과 고성능 비귀금속 기반의 촉매 개발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미래 청정 에너지원을 생산해내는 핵심 기술이다. 대한민국은 생산된 수소를 활용하는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소 생산분야 기술력은 아직 미흡하다. 향후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분야에 지속적인 지원과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수소경제를 대한민국이 주도하길 기대한다.
<본 칼럼은 2023년 6월 1일 울산매일신문 “[에너지 칼럼] 그린수소 생산기술, 수전해”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