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되풀이된다. 무대 위의 주인공이 바뀔 뿐이다. 지금은 언제와 비슷할까. 인공지능(AI) 빅 사이클 훈풍의 주역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었다. 혹자는 이런 상승을 보며 1999년 닷컴 버블 형성 시기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처럼 AI가 기술발전을 장기간 견인할 거라 옳은 지적은 아니라 본다. 조업일수가 늘었지만 이달 10개월 만에 월별 수출 실적이 증가세로 바뀌었다. 역대급 무역적자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수출 중심 국가에서 잘나가는 자동차와 이차전지 외에 3가지 빅 사이클을 그려본다.
반도체 빅 사이클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 바닥 논쟁 속에서 파운드리 확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생성형 AI 시장 덕에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 가늠자 역할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적(28일 발표)도 개선돼 업황 최저점은 통과했다.
조선 빅 사이클이다. 원자재 가격변동과 인력수급이 문제나 2003년 빅 사이클 초입을 떠올리는 시각이 늘고 있다. 친환경규제와 높은 선가의 고부가가치 LNG 선박 수주로 2025년까지 매년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 전망이다.
OLED도 빅 사이클이다. 그간 OLED 산업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제 2024년 OLED 아이패드, 2027년 OLED 맥북 출시로 IT OLED 시장이 열려 애플향(向) 국내 산업이 덕 볼 것이다.
헤지펀드계 대부이자 빅 사이클 연구로 유명한 레이 달리오는 2025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기침체가 올 거라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4%로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중국과 미국의 내년 성장률도 대폭 낮아졌다. 우리는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이 나아서 다행이다. 경기침체 여부를 떠나 새로운 사이클에 적응하며 우리 위치를 늘 가늠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낙관주의자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 비관주의자는 기회 속에서 위기를 본다.
<본 칼럼은 2023년 6월 30일 중앙일보 “[조원경의 돈의 세계] 3대 수출 산업의 빅 사이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