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수치화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대량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해 그 데이터를 대표하는 몇 개의 숫자로 나타냄으로써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사용한다. 예를 들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15~80배까지 증가하”니 폐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통계의 기원은 서양, 동양 모두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에서는 세금을 걷거나 징병을 할 목적으로 ‘센서스’라는 인구조사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있고, 중국의 진시황은 도량형을 통일함으로써 각종 데이터를 수치화하고 전한 말에 이르러 인구조사 등의 통계를 수월하도록 했다. 이렇듯 통계는 주로 위정자가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 민중에 대해 조사한 것을 기원으로 보고 있다. 여러 가지 설이 있긴 하지만, 통계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인 ‘statistics’가 국가를 나타내는 단어인 ‘state’로부터 유래했다고 보기도 하니 한자로 매치된 統計(통계)가 통치(統治)를 위한 계산(計算)으로 해석되는 것도 아주 무리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제도 또한 통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주민들 중 48%가 투표에 참여해, 그 중 42%를 득표한 후보가 당선이 되었다면, (사실은 대략 20%의 주민이 그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지만) 해당 후보가 이 지역 주민 다수의 의견을 대표하는 자라고 간주한다. 모든 사안에 대해 해당 당선자가 이 지역 주민 다수의 의견을 따를 리 없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러한 과정을 큰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이러한 결정이 우리가 받은 교육과 상식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통계의 정합성은 그것이 통용되는 사회에 따라, 시기에 따라, 혹은 교육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대표격인 미국에서조차 모든 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표를 행사하도록 한 것이 불과 100년 전 일이다.
현대에 들어 자연과학, 사회과학 전반에서 통계는 더욱 그 힘을 발휘한다. 실험을 통해 직접적으로 그 결과를 확인하기가 힘든 생명과학이나 병리학, 심리학, 경제학 등의 분야에서는 특히 통계적 분석 방법이 연구의 주를 이루고 이러한 연구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매일 확진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고, 그 확산 정도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를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유효한지 우리 모두 경험했다. 화이자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94.6%, 모더나 백신 효과가 93.6%, 100만명당 2.5명꼴로 부작용 등의 뉴스를 보면서 어떤 백신을 언제쯤 맞을 것인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5%대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25% 올리는 바람에 가계 대출에 대한 이자부담 또한 크게 늘기도 했다.
통계는 아주 복잡한 현상이나 단계를 단순화시켜 쉽게 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불순한 의도로 가공된 통계는 부정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19세기말 영국 총리를 지낸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빌어먹을 거짓말, 그리고 통계(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가 그것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고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그의 저서에서 밝혔지만, 실제로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그런 말을 했다는 근거는 없다). 정치인이나 기업 혹은 과학자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주장이 유추되도록 데이터를 터무니없이 가공하고자 하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이에 대해서 우선은 경쟁 진영이나 전문가들의 감시 하에 그 의미와 유의함이 왜곡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극단적인 양극화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통계를 악용한 결과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을 더욱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통계는 죄가 없다고도 말한다. 통계와 그 해석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각성과 교육이 절실한 때이다.
<본 칼럼은 2023년 7월 4일 경상일보 “[경상시론]참을 수 없는 통계의 무거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