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발전과 인구 증가에 따른 전 세계적인 화석 에너지의 소비 증가로 인해 이산화탄소(CO2)의 배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대기 중 CO2 농도는 2023년 5월 기준으로 424PPM에 달한다. 산업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8세기 중반에 대기 중 CO2 농도가 약 280PPM인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CO2 농도는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CO2는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대기 중 CO2 농도의 증가는 지구온난화 즉 기후변화를 야기한다. 최근의 여러 기상 이변은 이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많은 과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석 에너지(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를 신재생 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로 대체하는 방법이 가장 좋겠지만, 현재의 신재생 에너지의 가격과 공급 용량을 고려할 때 이 방법은 당장에 실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발전소, 제철소, 화학단지 등의 대규모 CO2 배출원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CO2를 포집해 지중 또는 해양에 저장하는 기술이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방지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기술을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라고 일컫는다. 최근에는 CO2를 유용한 물질(연료 또는 화학물질)로 전환해 활용하는 기술을 추가해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로 확장해 사용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이므로, 최근의 파리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CO2 배출을 자발적으로 감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총 배출량(727.6백만t) 대비 40%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및 산업 배출량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울산은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의 중심지로서 우리나라의 산업수도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울산이 대량의 CO2를 배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울산 앞바다(울산 남동쪽 58㎞ 지점)에는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 대열에 오르게 해 준 동해 가스전이 발견돼, 2004년부터 여기에서 생산된 천연가스가 울산에 공급돼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해 가스전은 고갈돼 2021년에 가스 생산이 최종 종료됐다.
최근에 이 고갈된 동해 가스전을 CO2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동해 가스전에 연간 120만t의 CO2를 저장하는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지난 6월 1일에 신청했다. 주로 울산의 석유화학 공단에서 배출되는 CO2를 포집해 CO2 허브 터미널을 거쳐 기존 동해 가스전 해상 인프라를 활용해 고갈 저류층에 주입 저장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천연가스 생산 시설과 해저 파이프 라인을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CCS 실현이 가능하게 된다. 울산에서 멀지 않은 바다 속 깊은 곳에 대량의 CO2를 저장하는 것에 대해 혹시 모를 CO2 유출을 비롯한 안전성에 대해 걱정할 수도 있으나, 이 저장소는 이미 천연가스가 오랜 기간 동안 저장돼 있던 곳이므로 CO2를 저장해도 누출이나 안전과 관련한 위험성은 없으며, 동해 가스전 운영을 통해 수집한 관측 데이터를 사고 예측 및 모니터링에 활용 가능한 장점도 있다.
또한, 이미 네덜란드나 호주 등지에서 고갈 가스전에 CO2를 저장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가 있고, 현재 여러 나라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유사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CCS 통합실증을 통해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CO2 감축을 실현하고, 경제적이고 안전한 CCS 기반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온실가스 감축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은 울산의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울산 앞바다에서 이뤄질 예정이므로 울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관련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고 응원하는 바이다.
<본 칼럼은 2023년 7월 7일 울산매일신문 “[기고] 동해 가스전 ‘CCS 실증 사업’ 성공 기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