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국제 생산기술 박람회는 로컬모터스(Local Motors)사의 3D프린팅 전기차 스트라티(Strati)로 떠들썩했다. 시제품 수준이기는 했지만 단 이틀 만에 3D프린팅으로 차체 부품을 제작해 운행하는데 성공, 레드카펫을 뜨겁게 달궜기 때문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3D프린팅이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가 자동차 산업이다. 실제 국내외 유명 완성차 업체들은 플라스틱 뿐 아니라 금속, 탄소복합소재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주문 제작 방식의 차량을 제작하고자 하는 로컬모터스와 같은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향후 미래의 제조업은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구조로 변화해 갈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3D프린팅 기술이 있으며 미래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에 밀접하게 개입, 생산과 소비의 시차가 줄어드는 개인 제조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3D프린팅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제조업을 혁신하고 신시장을 창출할 핵심기술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의 유명 메이커들, 미국의 빅3사, 일본의 빅3사 등 많은 완성차 업체 및 관련 부품기업들이 3D프린팅 장비를 신차 개발 과정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또한 시제품 제작에 3D프린팅을 활용하는 건수가 2014년 기준으로 3000건을 돌파하는 등 3D프린팅 기술을 디자인 검증, 신차 개발 등에 활용 중에 있다. 하지만 해외 사례들에 비해 경량부품 개발 등 부품산업에서의 선행연구 및 생산기술 개발에서 활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국내의 많은 자동차 부품사들이 높은 양산 품질수준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이미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14년 기준 울산 자동차산업의 대외 수출액은 198억달러로 국내 전체 자동차 산업 관련 수출액 396억달러 대비 40% 이상이다.
하지만 울산 자동차 산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은 3D프린팅 응용 기술을 실제 연구개발과 생산 공정개발에 적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큰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3D프린팅 생산 기반을 꾸리려면 초기에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국내에는 3D프린팅 장비와 재료에 대한 응용 기술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올해 9월 울산시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산업통상자원부의 ‘3D프린팅 응용 친환경 자동차 부품 R&BD구축’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5년간 총 150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으로, 친환경 자동차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장비와 전용공간이 구축되고 기업의 기술개발과 교육도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의 사업화와 기술개발을 지원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기술개발, 시제품 제작, 사업화, 시험·평가·인증 등 사업화 전반에 걸친 연계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의 제조업의 미래, 특히 자동차 제조업의 미래, 그리고 기술 혁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어쩌면 울산이 짊어지고 나가야 할 숙명적인 과제일 것이다. UNIST를 비롯한 지역의 대학교, 연구기관, 그리고 울산시가 차세대 3D프린팅 기반 제조 기술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인 ‘3D 프린팅응용 친환경 자동차 부품 R&BD사업’은 미래 제조산업의 영원한 수도이고 싶고, 첨단 3D프린팅 기술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싶은 울산시의 비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김남훈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인간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12월 10일 경상일보 18면에 ‘[기고]제조업 융합을 통한 울산 3D프린팅산업 육성’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