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CO2) 농도로 야기된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195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상승을 2℃ 아래로 억제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해 실천에 나서고 있으며,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 등 친환경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신(新)에너지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청정에너지 사용의 당위성과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미래 에너지 기술을 확보한 국가나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에너지 헤게모니(Energy Hegemony)’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효율적으로 ‘탄소중립(Carbon Neutral)’, 혹은 더 나아가 ‘탄소저감(Carbon Negative)’을 달성하는 것은 미래 에너지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데 필수적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원에서 포집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기술(Carbon Capture & Utilization, CCU)이 필요한데, 전기분해(Electrolysis, 전해)기술은 CCU 기술 중 신재생에너지 유래 전기를 직접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석유화학산업에 필요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청정기술이다. 국내 연구진들은 전해에 필요한 고효율 촉매, 전해시스템 등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전해의 원료가 되는 대부분의 이산화탄소는 화력발전, 석유화학, 시멘트, 제철 등의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저농도가 아닌 분리 및 정제를 거쳐 비용이 높은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고 있어 기술의 경제성을 낮추고 있다. 따라서 전해기술의 경쟁력을 높여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출원에서의 이산화탄소 포집기술과의 연계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의 포집은 주로 아민 계열의 흡수제를 활용하는데, 최근 아민에 포집된 이산화탄소가 전해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어 전해기술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합의한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탄소배출이 ‘0’이 되는 탄소중립, 즉, ‘넷-제로(Net-Zero)’를 넘어 궁극적으로 대기중에 누적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이는 탄소저감 기술을 개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했다는 감축실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제성이 있는 탄소저감이 필요하며, 즉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처리하는 것이 탄소감축 실적을 인정받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 DAC)기술은 대형 펜에 공기를 통과시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 전해기술과 연계해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탄소저감까지 가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직접공기포집기술의 장점으로는, 특정 배출원에 의존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어 다양한 위치에 설치가능해 인프라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또한 필요에 따라 탄소 포집량을 조절해 전해반응에 필요한 적정량의 이산화탄소를 공급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기준 직접공기포집기술로 연간 이산화탄소 1억 340만톤을 포집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탄소포집 단가가 1톤당 100달러 이하로 하향돼 기술성숙도가 높은 배출가스직접포집기술의 포집단가(30~70달러/톤)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에서 낮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한 고효율 흡착제 개발 및 높은 에너지 사용량의 개선, 그리고 전해기술과 연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분압에서의 반응효율 저하 등 해결책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전해기술은 탄소중립 및 탄소저감 달성을 위한 유망한 탄소활용기술로, 다양한 이산화탄소 배출원 및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포집기술과 연계해 미래 에너지 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며, 대한민국이 탄소저감분야 기술혁신으로 新에너지 헤게모니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
<본 칼럼은 2023년 7월 28일 울산매일신문 “[에너지칼럼] 탄소저감, 新에너지 헤게모니”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