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급등으로 인한 부실로 다시 뱅크런(Bank Run)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미국 금융권을 강타했던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의 파산을 즈음해 세계 금융시스템에 대해 본 지면을 통해 ‘썰’을 푼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엔 국내 이슈로 뱅크런을 다시 언급하게 되었다. ChatGPT에 의하면, 뱅크런이란 “예금자들이 은행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생겨 동시에 돈을 인출하려 함으로써 은행의 자금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예금이나 적금 등을 통해 맡긴 돈(수신)을 대출, 할부, 신용카드 등의 사업(여신)으로 불린 후, 해당 기업이나 개인이 요구하거나 만기가 되었을 때, 이자와 함께 되돌려주는 것이 은행이 하는 기본적인 업무다.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 은행에 맡긴 돈은 그냥 금고에 보관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이 증식되기 위해 어딘가에 투자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를 사는 어느 누구도 왜 내 돈을 가지고 은행이 돈놀이를 하냐고 트집 잡지 않는다. 이것을 우리는 신용이라고 하고, 확실히 은행은 누구든 아무리 급하게 인출을 요구해도 돈을 지급해준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이나 개인이 맡긴 돈은 결국 이자까지 쳐서 100% 이상 돌려줘야 하는 돈이지만, 그 돈을 융통해 투자한 돈은 모두 못 돌려받는 경우가 꽤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대출이 부도가 난 것인데, 이 경우를 대비해 은행은 여러 가지 분석을 통해 부도 위험을 예측하고, 그 위험의 등급(신용 등급)에 따라 대출이자를 가산함으로써 몇몇 대출이 부도가 나더라도 전체 돌려받는 금액에서는 큰 손실이 없도록 하는 등 안전판을 마련해둔다. 또, 은행이 돌려받아야 할 돈을 받아내기만 하면, 고객의 인출 요구에 모두 응할 수 있도록 맞춰뒀으나 돌려받아야 할 돈을 제 때 돌려받지 못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연체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그렇다. 물론 은행은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둔다.
하지만, 자본의 속성이라는 것이 꼭 이성적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경쟁은행보다 우위에 있기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춰 대출을 유인할 수도 있고, 영업이 너무 잘 되다보면 무작정 신용을 창출하고 싶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까, ‘돈은 놀리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은행은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신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금을 모두 대출로 쓰고, 그 대출이 돌고 돌아 다시 예금으로 들어오면 다시 대출로 쓰기를 반복하면, 끝없이 신용이 창출된다. 그러나 이렇게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신용은 특히 뱅크런에 취약하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 중 하나이다. 은행은 자체적으로 계산한 안정적인 한도 내에서 신용을 운용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유동성비율,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 감독기관이 제시한 여러 규제 안에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급준비율을 정해두어 특정 비율 이상의 예금은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은행이 고객의 인출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신용을 무한히 만들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새마을 금고 사태는 결국 금융의 시스템이 개입을 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분간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체율 증가 등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태를 통해 행안부에서 관리되고 있는 새마을 금고를 금융위로 가져오는 것도 적극 검토해봐야 한다.
지나친 규제는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저해해 산업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인식되고, 지나친 규제 완화는 시스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규제를 통해 관리 감독하는 기관들은 그들의 권위를 감독 그 자체로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정교함으로 보여줌으로써, 탄탄한 시스템 위에서 모두가 공격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련의 사태들이 무작정 규제를 강화하는 쪽이 아니라 더 안정적이고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2023년 8월 3일 경상일보 “[경상시론]뱅크런을 통해 돌아보는 은행업”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