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불 탑’없는 울산 무역의 날 잔치… 다시뛰자”
지난 9일 경상일보 온라인 기사의 제목이다. 3대 주력산업의 침체위기에 따라 2년 연속 1억불탑 수상기업이 없음을 알리는 동시에 울산의 다시 뛰기를 다짐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이다. 2011년 1000억 달러 고지를 밟은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울산을 바라보았을 때 문득 생각나는 도시가 있다. 바로 미국의 디트로이트이다.
2013년 7월18일 18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안고 파산한 도시, 미국의 디트로이트. 한때 이곳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린 소위 ‘잘 나가는 도시’였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자동차산업이 성업을 이루며 미국에서도 최고 부자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우량산업자산의 해외 대거 이동, 일본 자동차업계의 추격 등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을 맞고 말았다. 이 도시의 흥망은 지금 울산에 주는 시사점이 아주 크다.
울산에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공장과 최대 조선소, 세계 굴지의 정유공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라 불리며 제조업 중심으로 화려하게 성장한 도시가 울산이다. 그런데 현재 울산을 둘러싼 형국이 만만치 않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디트로이트를 위협했듯이 중국 기업들이 한국 제조업계를 무섭게 쫓고 있다. 이미 꽤 많은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이 한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엔저 효과에 힘입은 일본의 수출경쟁력 강화도 울산을 위협하고 있다. 울산이 디트로이트와 다른 미래를 맞으려면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디트로이트는 위기 상황에서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기존 산업의 고도화나 미래 혁신산업 발굴 등의 전략이 없었던 셈이다. 반면 비슷한 위기를 맞았던 샌프란시스코는 달랐다. 이 도시는 기존의 산업에서 벗어나 스탠퍼드, 버클리, 산타클라라 등 명문대학이 있는 곳에 첨단기술 기업들의 모태가 된 실리콘밸리를 형성했고 이후 실리콘밸리는 세계 IT 업계를 선도해 가는 기업이 미국에서 탄생하게 되는 주요 근거가 됐다.
울산은 디트로이트가 아닌 샌프란시스코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과 잠재력은 있어 보인다. 과학기술원으로 새롭게 출범한 UNIST가 구원투수로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2월1일 UNIST를 비롯한 4개 과학기술원은 ‘혁신 비전 선포식’을 열고 대학의 능동적인 역할 변화로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UNIST가 제시한 비전은 ‘지역대표 10대 기업, 10대 연구브랜드 육성’이다.
현재 주력산업의 위기로 주춤하고 있는 울산이 재도약하려면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UNIST는 차세대 에너지와 첨단 신소재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동남권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바이오메디컬과 ICT융합 분야의 기술도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 대표기업을 키우고, 지역산업에 맞는 연구개발도 활성화하려 한다.
또한 새로 만들어질 ‘기업혁신센터’는 산학협력을 총괄해 기업체의 애로와 니즈(needs) 기술을 파악하며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 UNIST가 삼성SDI와 함께 세운 ‘이차전지연구센터’처럼 기업과 공동연구하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UNIST Family 기업’은 UNIST의 특허와 연구인력, 연구장비, 교수 등을 활용해 지역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제도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UNIST는 대표 연구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역기업도 육성하는 선순환구조를 꿈꾸고 있다.
울산은 한국 경제를 견인한 산업의 중심지다. 울산을 다시 한 번 도약시키는 일은 국가의 싱크탱크인 과학기술원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다. 이런 중요한 임무를 UNIST가 맡게 됐다. 산학협력을 통해 울산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를 한 차원 더 성장시키는 밝은 미래를 꿈꿔본다.
정무영 UNIST 총장
<본 칼럼은 2015년 12월 18일 경상일보 18면에 ‘[특별기고]산업수도의 구원투수, UNIST의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