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골프를 하는데 첫 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했다고 생각해 보자. 페어웨이는 안전지대고 다음 샷을 잘 치면 승부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영어에서 마진은 이윤이나 가장자리를 뜻한다. 페어웨이에 공이 있으면 가장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회계학에서 안전마진은 원가(본질가치)와 판매가(시장가치)의 차이다. 기회비용을 고려한 최소한의 만족할 수익이다.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로 인해 8월 채권시장도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물가 불안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겹쳤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이 없지만 당장은 금리 인상,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로 채권의 안전마진 확보에 실패했다.
장기금리 상승으로 미국 신규 모기지 고정금리가 7.5%에 육박하여 23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에서 소개한 안전마진을 다시 생각해 본다. 보통주의 안전마진은 안전자산인 국채 수익률보다는 높아야 한다. 엔비디아 실적발 훈풍과 장기물 금리 하락으로 조정받은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 5%대 단기 국채 수익률은 여전히 높아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은 3개월, 6개월물 국채를 사고 있다. 위험자산인 주식이 5%대 수익률 이상을 달성해야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올해 주식시장이 일부 종목 쏠림현상이 높은 것은 본질가치를 무시한 테마 형성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안전마진을 무시한 투자는 누군가의 실패로 이어진다. 통상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게 정상이다. 미국 경제가 좋거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없으면 장기채 금리가 크게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투자에 임하며 브레이크를 밟아도 사고가 안 날 안전거리를 우리는 확보하고 있을까.
<본 칼럼은 2023년 8월 25일 중앙일보“[조원경의 돈의 세계] 안전마진과 금융시장”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