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이차전지 생애주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생애주기’란 원래 사람의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전 과정에서 시간적 단계별로 발생하는 변화의 발달상태를 의미한다. 이차전지 생애주기가 사람처럼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은 미래 산업에 있어서 대체 불가한 기술이 될 것이라는 판단과 배터리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광물 확보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울산시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23. 7. 20.) 이전부터 이차전지 생애주기 생태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었다. 삼성SDI 배터리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전방산업으로 현대자동차 전기차(EV) 및 고려아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구축되었고, 후방산업으로는 소재·부품기업인 이수화학, 후성, KCC, 대한유화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이차전지 전후방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연구기관 확보에도 울산시는 꾸준히 노력해왔다.
울산시는 유니스트를 이차전지 분야로 특성화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해왔으며, 그 결과 유니스트는 현재 이차전지 분야 세계 최고수준의 교수진을 보유한 가운데 세계 상위 1%의 연구자와 전문가를 다수 배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공단, 한국화합융합시험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같은 이차전지 전문 공공기관 유치에도 공을 들인 결과, 국내 최고수준의 이차전지 연구 인프라를 자랑하는 이차전지 도시 기반을 구축했다.
이렇게 단일 지역에서 이차전지 산업 분야 최고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울산이 유일하다. 이는 “산학연관”의 철저한 준비와 구체적인 노력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고, 그 결실로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까지 이루어낼 수 있었다.
특화단지가 선정되면서 울산시는 기존의 “원재료→핵심소재→배터리→EV/ESS” 이차전지 밸류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견고히 하고 제조업 중심이던 기존 산업의 전환을 통해 이차전지 산업 활성화 동력을 마련했다. 여기에다 “사용후 배터리→재사용→재생재료”로 이어지는 새로운 분야를 발전시켜 핵심광물 수입을 대체하는 원재료 산업과 연결된 기술을 개발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분야의 이차전지 밸류체인이 형성되고, 거기에 따른 새로운 산업이 발생해서 신생기업이 육성되는 기회의 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기존의 이차전지 생애주기 산업이 “원재료→핵심소재→배터리→EV/ESS”까지라고 한다면, 이제는 여기에다 “사용후 배터리→재사용→재생재료” 주기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이는 이차전지의 탄생 , 죽음 그리고 재생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새로운 이차전지 밸류체인이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된다면 특정한 광물에 더 이상 영향을 받지 않는 꿈의 이차전지 산업생태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울산은 준비되어 있다. 원재료, 핵심소재, 배터리 제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기반을 구축해 왔으며 사후 배터리 관리 및 재활용 인프라까지 더하여 ‘이차전지 생애 전주기 산업” 밸류체인을 구축한 세계 유일의 도시가 될 것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울산은 어부의 촌이었다. 그러나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의 육성을 통해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고, 현재는 전 세계 공업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산업으로의 체질 변화가 울산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도시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탄소중립, 전기차, AI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에너지 혁명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은 다가오는 세상의 핵심 동력이며 이것이 울산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울산이 또 한 번의 체질 개선을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본 칼럼은 2023년 9월 4일 울산제일일보 “[UNIST 산책] 탄생, 죽음 그리고 재생까지… 울산의 이차전지 생애주기 사업”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