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는 새학기가 시작되었고, 필자 또한 긴 방학 끝에 다시 강단에 서게 되었다. 필자는 주로 금융과 관련된 강의를 하는데, 첫 날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 달러 라이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금리의 산출 중단 때문이다. 라이보 금리는 런던 소재 은행들이 단기로 자금을 서로 차입하거나 대여할 때 적용하는 금리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거의 가장 중요한 금리로 인식되어 왔다. 필자의 여러 강의에서도 라이보 금리는 여기저기서 등장하며, 특히 실습을 병행하는 과목에서는 직접 라이보 금리를 끌어와서 입력해야지만 다른 금리나 적정가격을 계산할 수 있다. 더 이상 라이보 금리를 끌어올 수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할까?
라이보 금리는 1980년대 중반부터 영국은행협회(BBA, British Bankers’ Association)에 의해 공식적으로 집계되어 발표되기 시작했는데, 런던시간으로 매일 오전 11시 런던 소재 대표 은행들이 거래에 적용한 금리를 평균하여 산출되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국제적으로 중요한 18개의 지정된 은행이 매일 오전 11시 직전까지 은행 간 단기 자금 거래에 적용한 금리를 영국은행협회로 보고하고, 영국은행협회는 이를 토대로 가장 큰 값 4개와 가장 작은 값 4개를 제외한 중간 값 10개의 금리를 평균하여 그것을 해당일 오전 11시 대표 금리로 발표하는 것이다.
라이보 금리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적용하는 금리의 대표격이니, 그들이 취급하는 여러 상품들에도 연동할 수가 있었다. 우선 많은 대출의 적용 금리로 활용된다. 대출금리를 라이보 금리에 일정 금리를 가산해 결정하는 것인데, 그러니까, 라이보 금리 + 2%, 이런 식이다. 2008년 기준 미국의 프라임 모기지의 60% 이상과 거의 모든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금리가 라이보 금리에 연동되어 결정되었다고 하니, 일반인들의 삶에서 조차 라이보 금리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라이보 금리는 이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대부분의 파생상품에서도 변동금리의 지표로 사용되었다.
그랬던 라이보 금리는 2012년 6월 발생했던 라이보 스캔들에 휘말려 그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요는 라이보 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은행들이 담합해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표 금리가 결정되도록 조작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라이보 금리는 점차적으로 그 대표성을 잃게 되고, 결국 2023년 6월30일을 마지막으로 산출과 발표를 중단하게 되었다. 비록 이 하나의 사건이 그 대표성을 잃게 되는 결과까지 이어졌지만, 사실 라이보 금리의 대표성은 훨씬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되곤 했다. 라이보 금리와 연동되어 영향을 받는 전체 금융 시장의 규모에 비하면, 이 금리를 결정하는 거래들의 규모나 유동성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은행들이 은행 간 자금 거래를 다소 불리한 금리에 체결하더라도, 그 나머지 사업에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면 충분히 자기들 입맛대로 조정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사라진 라이보 금리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소퍼)등 다른 지표금리로 비교적 빠르게 대체되었다. 이러한 금리는 또 다른 이름의 라이보 금리는 아니고, 구조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전혀 다른 종류의 금리들이다. 금융 시장은 전반적으로 이 새로운 금리들에 무리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원화의 경우는 어떤가? 원화도 라이보 금리와 같은 지위를 가진 금리가 있다. 바로 CD(Certificate of Deposit, 양도성 예금증서) 금리가 그것인데, 앞서 라이보 금리에 대해 설명했던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CD 금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산출방법, 실질 금리와의 연계성, 파생상품에서의 지표금리 등은 물론이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 또한 똑같이 적용된다. 근래 들어 COFIX 등이 CD 금리를 대체하고는 있지만 COFIX 또한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고, 여전히 CD 금리에 연동된 상품들이 많이 있다. KOFR(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등 대체재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많이 진행이 되고 있지만, 국제적인 추세에 비해 더디게 적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라이보 금리가 종말을 맞이했고, 그 대체재들이 큰 무리 없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금, 새로운 원화 지표 금리의 도입 또한 조금은 서둘러도 되지 않을까?
<본 칼럼은 2023년 9월 5일 경상일보 “[경상시론]라이보 금리의 종말”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