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바이오에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인구 노령화와 맞물려 그렇고 미래 먹거리 확보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첨단 바이오 기술과 산업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 몸으로 체험하고 지켜봤다.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 듯 정부와 민간 모두 혁신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선진국에서 특허 만료된 좋은 약을 싸고 빠르게 도입해 국민 보건의료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의료계도 훌륭한 의료인력을 빠르게 양성해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서둘러 확립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한 세대 만에 세계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의료와 보건에서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올라섰다. 이를 바탕으로 팬데믹 위기를 다른 어느 국가보다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짧은 연구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많은 투자로 연구성과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이제는 이러한 성과를 시장으로 끌고가기 위한 전략을 보다 치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의료와 바이오 기술, 바이오산업을 보자. 지금까지 내수시장에서 우리 국민을 위한 서비스와 인프라 제공이 주된 관점이었다면 이제는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를 선도하는 의료기술 확보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의료 바이오산업의 국내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2%가 채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유니콘 바이오기업을 만나기 쉽지 않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 진입은 또 다른 얘기다.
바이오산업은 각종 규제에 인허가와 맞물려 있어 시장진입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요구된다. 시작부터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시장 진입 노력이 없는 바이오기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와 동떨어진 기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인허가 과정에 문제점을 안고 있는 기술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첨단 바이오를 미래 산업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글로벌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치밀한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
첨단 바이오산업은 우리에게 큰 기회다. 예전에는 바이오산업을 기초과학, 제약 등이 주도했다면, 최근 첨단 바이오는 다양한 공학기술과 디지털기술이 의료와 융합해 확장하고 있다. 첨단 바이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 우수한 IT전문성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요소다.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한 의학, 과학, 공학 등 학제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례로 가을학기에 울산대 의대생 39명과 UNIST 공대생 78명이 인공지능, 의료통계, 레이저, 유전자 가위 등 미래의료를 혁신할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새로운 교과과정에 공동으로 참여해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울산대의대와 UNIST공대 교수 30여명이 머리를 맞대고 1년여에 걸쳐 실험적 형태의 교과목을 개발했다. 의예과 과정에서 본과, 석사, 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전주기 의사과학자와 의사공학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주자를 따라가기만 하는 후발주자는 따라가는데 그칠 뿐 앞서 갈 수 없다. 선발주자인 개척자는 앞에 아무도 없기에 힘들지만 동시에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따라가는 획일화된 방안을 벗어나 다양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2023년 9월 19일 전자신문 “[기고] 첨단 바이오 경쟁력과 학제간 협력”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