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들 복 많이 받을 새해가 되기를 바라며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있는 요즈음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의 희망과는 거리가 있는 듯 하다. 미디어를 통해 듣는 뉴스에는 새해벽두부터 경영 환경은 위기라고 난리고 가계 살림도 어렵다고 난리란다. 실직문제는 더 세분화돼 청년 취업이 어렵다고 난리가 났다. 몇 년 전 ‘3포세대’에 이어 새로운 신조어 ‘7포세대’까지 등장했다. 제조업은 위기라 하고, 금융계열은 연일 불확실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환율은 매일매일 오르락내리락한다. 미국은 인상, 경기부양이 필요한 다른 나라들은 인하중인 까닭에 금리기조도 종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있다. 어디 그 뿐인가? 환경문제는 ‘미세먼지’ ‘따뜻한 올 겨울’을 실감하며 죽어가는 지구라 난리가 나 있고, 시리아 난민문제에, 여기저기 다양한 테러사태에, 북한 4차 핵실험까지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요즘 유행어 ‘헬조선’이 딱 맞는 표현이다.
정말 희망은 없는 것인가? 정답부터 말하면, ‘희망’은 있다. 아니 본래부터 ‘있었다’.
휘둘리지 말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과연 매년 새해마다 언제 단 한번이라도 위기가 아니라 했던 적이 있었던가? 대체 언제 우리가 취업 걱정 없다 했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 살림 걱정, 언제 노인문제, 언제 환경 문제, 언제 북한 문제, 언제 금리 문제 걱정 한번 제대로 안한 적이 있었던가? 사실은 이 모든 문제들이 새롭게 대두된 것이 아니라 전부 일상이라는 것을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매년, 매월, 매일 미디어의 호들갑에 덩달아 휘둘리지 말고,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고 비관을 낙관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온갖 비관적 전망으로 가득한 이유에 대해 필자는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눈높이가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저 굶지 않고 매 끼니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비 피할 수 있는 거처가 있으면 만족했던 것에서 벗어나 때때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미식을 즐기고, 여행을 즐기며,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를 갖춘 집에 사는 것을 표준으로 삼을만큼 삶의 질 척도가 향상된 것일 뿐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 또한 높아져, 직업에 대한 기대치도 그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재화획득 수단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과거와 달리 경제적 수단과 함께 자아실현의 장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까닭에 청년들의 바람과 현실의 갭이 드러난 것이지 예전에는 없었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온갖 우려와 고민이 뒤섞인 국내, 국제 뉴스가 일상을 뒤덮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사회와 삶, 국가와 국제관계에 대한 관심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그 속을 들여다 보는 디테일이 더욱 섬세하고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두가 우리 전체 발전의 ‘징표’이며 발자국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문명은 발전하는 것이다. 무언가 큰 변란이 생겨 인류가 멸망하거나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4차원 세계가 정립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사회와 문화, 기술은 경험의 축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발전하고 전진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걱정은 그만하자. 모르는 것이 죄가 아니듯, 아는 것도 죄가 아니다. 더 나은 삶, 더 높은 수준의 질 향상을 지향하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이상한 교육을 강요할수록, 삼성이나 현대에 취업하는 것이 더 부럽고 대단해 보이는 세상이 될 뿐이다. 무엇이 하고 싶고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 게 목표가 아니라 삼성이나 현대, 아니면 공무원 되는 것이 청년들의 바람이 되어버린 것은 기성세대의 어정쩡한 수준이 투영된 것일 뿐, 진짜 우리 청년세대의 바람이 아니다. 청년세대의 진짜 꿈은 통일한국에서, 세계에서, 구글이나 애플에서 창의 역량을 펼치고, 전세계를 아우르는 기업가와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헬조선’을 걱정하지 말자. 겨우 ‘내부자들’ ‘베테랑’ 같은 영화나 보고 현실과 똑같다고 푸념하거나 대리 만족하지 말자. 새로운 시대의 등장과 새 변화를 보고 듣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인상 풀고, 어깨 쫙 펴고 살자. 웃으면 복이 온다. 잊었던가? 1980년대 유행했던 유머프로그램이다. ‘웃으면 복이 와요.
정연우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1월 11일 경상일보 18면에 ‘헬조선?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