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관련 뉴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중국 화웨이의 5G 휴대폰 출시 소식이었다. 이미 수년 전이라 기억이 희미해질 정도지만, 화웨이의 5G 휴대폰은 국내까지 휴대폰 광고와 대리점이 생겨날 만큼 애플과 삼성의 휴대폰에 비해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급성장하고 있었고, 차세대통신인 5G 기술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많은 선진국의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자로 지정되려고 하던 상황이었다. 미래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될 5G 네트워크를 중국기업이 장악하게 되면 중국 정부와의 밀착 관계로 발생할 수 있는 백도어를 이용한 해킹에 의한 국가안보상 위험이 제기됐다. 그 후 촉발된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2020년에 화웨이 등 중국 정부 관련 회사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5G 휴대폰에 사용되는 칩의 조달이 불가능해져 급속히 성장하던 휴대폰 사업을 갑자기 중단해야 했었다.
그렇게 기억에서 잠시 사라졌던 중국의 화웨이가 3년 만에 5G 휴대폰인 Mate Pro 60에 사용된 기린 9000s AP(Application Process)라는 칩을 미국의 대(對)중국 14나노 이하급 첨단 반도체 기술·장비·소재 수출 제재에도 불구하고 7나노 기술로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서 제조, 탑재했다고 한다. 이것은 중국의 기술적 추격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강력히 실시한 대중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추진 중인 반도체 자립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제재의 미비한 틈새를 뚫고 필요한 장비 및 기술이 여전히 유입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는 게 언론의 평가다.
필자가 6년 전쯤 삼성전자에서 직접 7나노 개발책임을 맡았던 시기에 SMIC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14나노 기술개발 사례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작금 상황은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고 본다. 당시는 대중국 제재 조치 전으로 14나노도 내가 책임을 맡아 이미 그보다 수년 전에 세계 최초로 개발을 끝내고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대량 생산 중이었고 뒤따라 대만의 TSMC도 개발해 생산하고 있었다. 그때 SMIC는 TSMC의 기술을 모방하여 만든 28나노 기술로 생산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주력 생산 기술은 28나노다. 그러면서 14나노의 기술 확보를 위해 SMIC는 TSMC 출신 엔지니어들을 특별히 스카우트하여 그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개발하고 있었다. 화웨이와 같은 중국 휴대폰 회사들이 자체 개발 AP 칩을 TSMC에도 생산을 주문하고도 SMIC 팹(공장)에도 같은 제품의 웨이퍼를 투입했으나 낮은 품질과 수율로 거의 생산된 웨이퍼를 쌓아두고 제품으로 거의 사용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었다.
물론 그 이후 많은 개선이 이뤄졌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SMIC는 14나노 기술을 제대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흉내는 냈지만 경제성 측면에서 제대로 된 기술개발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7나노에 반추해보면 개발은 했지만 원활한 대량생산을 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추측한다. 그 예로 화웨이의 새 휴대폰은 100만 대 정도만 판매한다고 하니 보통 수천만 대 수준인 삼성휴대폰과 비교하면 아직 그 칩의 생산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7나노도 TSMC 기술을 모방하고 전직 TSMC 기술자들의 지도로 이루어졌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엄청난 기술이다. 여기서 중국이 국가 운명을 걸고 막대한 자원과 노력을 투입하여 절대 포기하지 않고 반도체 기술의 자립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들의 무서운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 7나노 기술을 사용하면 경제성과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AI 칩이나 차세대 통신칩 등을 개발해 미래기술 개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5나노도 도전한다고 하니 절대로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의 전체 반도체 칩 수입은 필요량의 85% 수준이었고 2,600억 달러나 되는 천문학적 금액이며 거대한 우리의 반도체 수출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한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국가 운명을 걸었고 원래 계획인 2030년까지 수입량을 30% 수준의 목표를 설정했다니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국가 사활을 걸고 미·중 간과 일본, 유럽까지 합세해 치열하게 벌어지는 반도체 전쟁에서 고비용 구조와 지정학적 틈바구니에 낀 우리의 생존 전략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본 칼럼은 2023년 10월 5일 울산경제신문 “<정순문의 반도체 이야기>(3) 중국 화웨이 신규폰과 SMIC 7나노”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