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바이오시스템학과는 그 이름만 보면, 게놈에서 트랜스크립톰(전사체), 프로티옴(단백체)를 통해 세포와 생물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이용해 복잡한 조절작용을 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진 과이다. 설사 그 당시의 교수들이 바이오시스템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다른 질문이지만 어쨌거나 그런 것을 하는 것이 분자수준의 바이오시스템을 연구하는 기본이 된다. 바이오시스템학과는 세계적으로도 앞선 개념이었으나 분자수준을 넘어선 바이오시스템이란 뇌나 행동, 복잡한 질병과 환경을 뜻하므로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좋은 시도였으나 초기 방향설정에 실패했고 지금은 바이오뇌공학으로 학과이름을 바꿨다. 그 당시에는 한국에서 게놈을 연구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게놈을 한다는 연구과제를 하는 곳은 많았지만 게놈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유전학을 게놈이라는 틀로 해보겠다는 식이었다. 실제 연구도 게놈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나 단백질 기능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내가 1994년 박사학위를 시작 할 때였다. 케임브리지에 있는 연구자들은 인간 유전자가 대략 10만개 정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 지도교수인 싸이러스는 그 당시에 1,000개의 단백질 구조론을 견지하고 있었다. 1,000개 단백질 구조론은 유명한 것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유전자가 많아도 그것들이 가질 수 있는 단백질 3차원 구조는 기껏해야 1,000개를 넘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생물학자들에게는 의외의 숫자이다.
그런데 1999년 생어연구소에 있던 나의 또 다른 지도교수인 팀 허버드가 그 당시 해독이 되는 인간 게놈 데이터를 이용해 유전자 수를 최초로 예측해보니 3만개도 안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뒤로도 팀이나 유원 버니 (Ewan Birney, 생어연구소, 리차드 더빈박사의 동료)등의 연구자들이 유전자의 숫자를 결국에는 2만5,000 정도로 까지 낮게 예측을 했다. 지금은 20,500개 정도라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생정보학자에게는 적은 유전자 수와 단백질 수가 더 좋다. 문제는 ‘이렇게 적은 유전자들이 어떻게 복잡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가’이다. 당연히 같은 유전자가 다양한 형태의 단백질로 발현이 되면 실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은 2만500개가 아니라 10만개정도 돼야 한다. 그러면 세포는 어떻게 그런 복잡한 조절을 하는가가 관건이 된다. 이런 조절의 핵심은 회로와 네트워크 조절이다. 이런 회로와 네트워크를 고려한 생물학을 시스템즈 생물학 (계생물학)이라고 한다. 정보학을 하는 연구자라면 오히려 이런 네트워크 조절에 의한 생명체가 더 수학적으로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게놈은 필연적으로 단백체학(proteomics)과 같이 연구돼야 한다.
2000년 게놈 서열이 다 해독이 됐다고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인간의 게놈 속에 정확히 몇 개의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만 봐도 게놈시대는 아직 제대로 오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기대감에 게놈시대 이후의 ‘후 게놈시대’(Post genome era) 연구를 말했지만, 내 생각엔 게놈 시대는 2010년에야 겨우 도래했다. 본격적인 게놈시대는 2020년쯤이고 인간이 게놈을 지금의 컴퓨터를 이용하듯이 쉽게 활용하는 시대가 돼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2023년 11월 7일 울산매일신문“[박종화의 게놈이야기(32)] 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