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젠이란 회사가 한국에 있는데 서울대의대 서정선 교수가 설립한 회사였다. 1997년에 게놈 관련 사업을 추구하면서 설립이 됐는데 주로 생어방식의 서열해독을 해주는 회사였던 것으로 안다. 초기에 생정보학 연구자를 10여명 영입했으나 나중에 그 부서의 크기가 줄었다. 그 회사의 초기 사장 중에 박현석 박사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케임브리지에 있을 때 같은 기숙사 건물을 이용했다. 전자공학을 하고 자연어처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컴퓨터 쪽 전문가이다. 마크로젠도 게놈을 제대로 하는 데 인프라나 생정보학 기술이 넉넉지 않았다. 한국의 전반적인 사정은 생명연 박홍석 박사와 같이 대형 동물인 침팬지를 연구하는 소수의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미생물의 게놈을 연구하는 (당연히 게놈을 포함한다. 미생물은 작아서 게놈 해독이 싸다) 사람들이 있는 수준이었다. 식물 쪽으로는 뒤에 포항공대의 남홍길 박사가 연구를 해왔었다고 들었다. 동북아게놈프로젝트라는 것을 서정선 박사가 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런 회사가 게놈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에는 큰 규모의 게놈 벤처가 없는 형국이었다. 지노첵이나 지노믹트리, 디지털지노믹스 등 작은 몇 개의 게놈관련 회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마크로젠은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큰 기술혁신을 이뤄 사업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던 회사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게놈을 통한 사업화는 2000년대 초에 거품으로 판명났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게놈 분야의 사업은 위축됐다. IT거품의 붕괴로 생정보학 사업도 거품이 빠져분야 전체가 침체됐다. 한국은 특히 타격이 컸다. 내가 보기엔 전문가가 적었고 기술 투자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미국에서 날라 온 유행을 쫓아가는 격이었다.
나는 2000년대 초에 게놈산업은 거품이라고 예측했었다. 첫째 이유는 게놈을 분석해봐야 당장 상품으로 나올게 없었다. 둘째, 게놈 분석에 돈이 많이 들어서 차라리 생정보학 회사를 잘 꾸려 나가는 게 맞았고, 셋째, 크레이크 벤터의 유전자 특허나 유전자 관련 특허는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을 전문가로서 잘 알고 있었다. 수년 뒤 결국 유전자는 특허를 못 낸다는 결론이 났다.
케임브리지나 미국에서 게놈을 조금만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종류의 특허가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2000년쯤, 삼성이 게놈 관련해 자문했을 때, 게놈 서열해독기는 당연히 계속 성장하고 바이오칩도 성장을 하며 최종적으로 생정보학이 크게 성장한다는 예측을 말해줬다. 게놈 해독은 지구상에 인간이 현재의 생물학적 몸을 떠나서 기계와 반도체로 된 사이보그 형태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사용하는 일종의 냉장고 기술이라고 했다. 인류가 현재의 소화기관으로 에너지를 얻는 한 냉장고는 영원히 따라다니는 기술이다. 바이오칩은 그 데이터의 정확성을 떠나 반드시 성장하는 분야이다. 바이오칩의 근본은 측정, 진단, 감지에 있다. 이것은 보편적인 방법으로서 앞으로 인류의 의료 진단 치료에 당연히 보조적으로 쓰일 기술이다. 측정 없는 과학은 없고 진단 없는 의학은 없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우리가 2만500개의 유전자 수를 확정하더라도, 그 유전자들이 만드는 단백질의 수를 아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현재까지 가장 앞선 단백체의 크기는 2010년 9월에 스위스의 ETC와 미국 씨애틀의 ISB (Institute of Systems Biology, 계생물학 연구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대략 10만개의 RNA (전사체)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많게는 약 100만개의 다양한 단백질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2만개에서 100만개까지의 다양한 종류가 되기 위해선, 대체짜집기 (alternative splicing)을 포함해, 단백질 변형 (post translational modification)을 거쳐 최종적으로 수많은 조절 기작이 있음을 뜻한다.
<본 칼럼은 2023년 11월 14일 울산매일신문“[박종화의 게놈이야기(33)] 게놈전문회사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