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넷 제로(Net Zero)를 통한 경제성장을 지향하며 2026년부터 시행돼 특정 제품이 유럽으로 수입될 때 탄소배출량에 따라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무역제도이다. 특히 탄소집약적 품목인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총 6가지 품목이 우선 적용되며, 대한민국의 철강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용광로에서 수소 기반의 환원제철기술(HyREX)을 도입해 CBAM에 대응하고 있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세계 산업은 점차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기반 산업으로 체질개선 중이고, 수소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한민국도 2050년까지 2,790만t의 수소가 필요한 것으로 예측되지만 2021년 기준 약 256만t의 국내 생산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조달 가능한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메탄 개질 수소나 부생 수소가 대부분이며, 이들 원료 또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기술은 수요를 감당하기엔 아직 기술 완성도가 낮아 부족분은 당장 해외에서 조달해야 한다. 수소 수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해상 운송 비용 등을 차치하더라도, 수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이송된 수소를 회수하는 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소는 가볍고 부피가 커 장거리 대량 이송을 위해서는 고체나 액체 형태로 변환이 필요하다. 수소를 고체로 저장하는 기술은 높은 압력 또는 극저온 조건에서 고체 격자구조에 수소를 저장하는 합금기술이 대표적이며, 수소 저장량 대비 무겁고 수소의 흡수 및 방출 속도가 느려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 수소를 액체로 저장하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 번째는 영하 253℃에서 기체 수소의 부피를 약 1/800로 줄이는 액화수소저장기술로 특수한 저장용기가 필요하며, 압축 및 냉각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크다. 두 번째는 유기물과 수소의 화학적 결합을 활용해 수소를 저장하고 추출하는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기술로 기존의 석유 중심 인프라를 활용해 대용량 및 장거리 운송이 가능하지만, 수소 추출에 고온이 필요하며 일부 가연성, 유독성, 부식성이 높은 유기물을 활용한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수소 캐리어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는 수소를 기체, 액체는 물론 염(Salt) 형태의 고체로 저장이 가능하며, 메탄이나 수소 대비 폭발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버-보슈 공정으로 생산하는 암모니아는 이미 국내 비료산업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어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액화수소와 비교해서 1.7배 높은 수소 밀도의 탈탄소(Carbon-Free) 수소 저장체이다. 국내 에너지 기업인 E1, SK머티리얼즈, 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 등은 암모니아 기반 수소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해외의 청정 암모니아 기업에 투자하고 블루 암모니아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된 암모니아는 연료로 직접 활용하거나 수소를 추출해 활용할 수 있으며, 수소 추출은 일반적으로 촉매를 활용한 암모니아 개질기에서 질소와 수소를 분리하고, 흡착제 기반의 정제 장치를 통과시켜 고순도 수소를 얻는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은 메탄개질반응(SMR)과는 다르게 이산화탄소 발생은 없지만, 반응 온도가 600℃ 수준의 고온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해 완전한 탄소제로기술은 아니다.
반면,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은 상온·상압에서 구동 가능하고, 수소와 질소 가스 분리가 용이하며,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또한, 가스 형태의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고온 개질과 달리 전기화학적 크래킹 기술은 농축 액상 암모니아를 직접 활용할 수 있어 공정의 소형화 및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고온 개질에 비해 수소 추출 속도가 느리고 촉매의 비활성화가 빨라 연구 개발을 통한 시스템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
암모니아 수소 경제에서 전기화학적 수소의 저장 및 추출 기술은 완전한 넷 제로를 지향하며, 오랜 기간 의존해온 탄소 기반의 에너지 사이클에서 벗어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분산형, 그리고 시스템의 소형화가 보편화돼 고압의 수소를 충전하는 수소 스테이션과 함께 암모니아 스테이션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하버-보슈를 벗어나 전기화학적으로 e-암모니아를 합성하고 크래킹하는 핵심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탄소 중립 수소 신산업을 대한민국이 주도하길 기대한다.
<본 칼럼은 2023년 11월 15일 울산매일신문“[에너지칼럼] 수소 경제 시대, e-암모니아 활용법”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