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은빛 물결 위에서 즐기는 조정 스포츠는 울산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석양노을을 배경으로 고요한 물결을 가르면, 청둥오리 무리들이 동양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를 감싸며 날아오른다. 14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드는 울산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외지에서 오신 교수님들이 입버릇처럼 퇴직 후에는 울산에 꼭 살고 싶다고 한다.
이런 울산을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탈울산을 해결하기는 쉽지가 않다. 일자리, 도시 인프라 개선, 청년과 여성 친화적 환경 조성 등 모두가 거대한 담론들이다.
울산은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줄어드는 청년 대신 늘어나는 베이비부머에 눈길을 돌리면 어떨까.
실버세대의 정주 환경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건, 의료 시설이다. 단연 수도권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설될 기장암센터 인근에 시니어타운이 들어서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앞으로 서울대병원 기장암센터와 유니스트 의과학 전문대학원 등이 연계된다면 세계적인 방사선의학 단지를 꿈꿀 수 있다.
그곳에는 의사뿐 아니라, 핵의학자, 물리학자, 공학자, 테크니션들이 모여서 치료와 연구, 전문장비 운영 들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첨단 중이온 치료단지가 인근에 있고, 자연과 공존하는 도심환경과 전국 교통망과 연계되는 울산은 경제력을 갖춘 전국의 베이비부머들이 정주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다.
유니스트 이용훈 총장이 제시한 친환경-스마트-과학문화도시까지 들어선다면 더할 나위 없다.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이 구비된 첨단아파트에서는 디지털 돌봄서비스가 가능하다.
동네 사람들과 자율주행차량으로 십리대숲을 둘러보고, 간월산 명상요가센터로 출근한다.
자연 친화형 은퇴자 공동주거 복합단지는 진입장벽이 좀 더 낮다. 울산 근교에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텃밭을 꾸리며 공동체 일원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비영리협동조합에서 각종 돌봄서비스를 연계해 줘서 생활에는 불편이 없다. 사람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일자리가 같이 생기게 된다.
울산의 또 하나의 강점은 제조업 도시이다.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절실한 것을 해결해 줘야 한다.
탄소중립 기술과 이차전지, 수소, 풍력발전 체계는 RE100 국가산업단지를 가능케 한다. 기업이 일일이 민간업자들로부터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미래의 무역장벽인 RE100이 골칫거리였던 현대자동차는 울산 공장을 확장할 계획을 세운다. 다른 나라에서 RE100 입지를 찾아 헤매던 반도체, 이차전지 등 신성장 기업들이 울산을 택하게 된다. 게다가 분산 에너지법을 통해서 산업체에 더 값싼 전기를 제공하게 된다. 울산시 노력으로 해제된 그린벨트에 조성된 RE100 국가산업단지에는 외국인 투자기업까지 몰려든다.
옛 울산공항 자리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도심항공 교통시설에 들어가는 각종 전장부품을 연구 개발하는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산뜻한 도심융합특구인 동천테크노 밸리로 변신한다.
이차전지, AI, 반도체에 이어 의과학까지 분야를 넓힌 유니스트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한다.
또 울산대도 글로컬 대학사업과 의대정원 확대를 통해서 명문대학으로 자리잡으면서 전국에서 우수한 청년들이 모여든다. 지역 대기업 및 첨단R&D 중소기업들과 인적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일자리로 이어진다.
유니스트와 울산대 의대가 협력한 HST(Health Sciences&Technology)프로그램을 통해, 방사선의학, 게놈정보학, 바이오메카트로닉스, 디지털실버케어 분야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자리 잡게 되면서,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트로 이어진다. 울산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강과 해변을 갖춘 울산은 수상스포츠의 메카로 떠오른다. 번영교에선 용선과 카누를 즐긴다. 명촌교 아래에는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이 물살을 가른다.
울산을 찾은 외국인들은 일산해수욕장에서는 국제 비치발리와 비치조정 대회를 관람하고, 대왕암을 들러 돌고래생태관광까지 즐긴다. 저녁엔 태화강 오페라하우스에서 잠 못 드는 공주 이야기를 듣는다.
단지 꿈속에서나 가능한 울산의 모습일까.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모두 울산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나의 고향인 울산에는 이미 무수히 많은 진주들이 있다. 잘 꿰면 보배로 바뀐다.
우리 자식들이 이곳 울산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본 칼럼은 2023년 12월 5일 울산신문“새로운 울산을 꿈꾸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