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교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당시 서 교수는 바이오연료 쪽으로 관심이 많았었던 것으로 아는데, 나는 하버드의 조지 처치 교수의 개인 게놈관련 및 구글(23andMe)의 개인정보서비스 등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야기를 할수록 향후 게놈 시장의 확대에 의견이 일치됐다. 그런데, 서 박사는 내가 코빅에서 조금 더 남아서, 간접적으로 협력해 주기를 원했다. 나는 몇 가지 그런 계기로, 생명연 내에서 연구소 기업 창립을 공식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성과확산실의 사람들과 가능한 사업화 시나리오를 알아보고, 개인 게놈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생명연과 외부에 문의를 했고 공식적 추진을 했다. 서정선 박사는 그 전에 만든 한국인 유전자 초벌 지도를 새로 나온 일루미나(솔렉사) 기계로 차세대 해독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코빅이 그 데이터를 분석하겠다고 제안을 했고 서 박사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뒤 2008년 초 하버드의 내포스트닥터 지도교수인 조지 처치 교수와 연결이 됐고, 2008년 5월 한국에 초청받아 왔을 때 서 박사와 다 같이 만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전후에 나는 가천의대의 안성민 박사에게 서 박사와 해오던 게놈 해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2007년 당시에 micro RNA를 해독해, 실험분석을 코빅과 하고 있던 안 박사가 우리의 이런 개인 게놈 전략과 사업의 이야기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 박사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이 연구비를 땄는데, 이길여 여사의 게놈을 해독하는 펀드를 1억원을 받게 됐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잘 됐다고 했다. 서 박사가 남자 게놈을 해독하고 있고, 이길여 여사의 여자 게놈이 되면, 세계 최초로 남녀 한 쌍의 인간 게놈을 동시에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안 박사의 한국인 게놈도 코빅에서 분석해주기로 제안을 했고, 안 박사도 동의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안 박사가 이길여 여사가 마음을 바꿔, 당시 암당뇨 연구원 원장인 김성진 박사의 피를 써서 게놈 서열 해독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2008년 대한의학협회 100주년 행사에 하버드대의 조지 처치 교수가 왔을 때, 보도발표 시간에 안 박사가 통역을 맡았고 서 박사가 그와 같은 테이블에 조지 처치와 앉게 됐다. 나는 그 조그만 방에서 조지 처치 교수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나중에 한국인 게놈 해독과 정보 분석에 핵심이 되는 사람들이 조지 처치 교수와 같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던 것이다.
그때는 김성진 박사의 게놈이 최초의 한국인 게놈으로 공개 발표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코빅은 서 박사에게서 국가적 생명정보 중심 센터로서 데이터를 받게 돼 있었고, 안 박사와의 공동 연구적인 관계 발전에 의해서도 데이터를 받게 돼 있었다. 2007년 동료들과 코빅의 자체 예산으로 한국인 게놈을 해독하고 분석할지를 토의 했었다. 왜냐하면 네이처나 사이언스같은 유명한 잡지에 논문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코빅의 기본 사명에 맞게 개인 연구식의 논문을 쓰지 않기로 했고, 그 계획을 포기했다. 서 박사 팀의 게놈 서열을 분석하게 될 것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기도 했다. 한국에 오기로 돼 있었던 조지 처치교수와의 적극적 협력으로 서 박사의 논문 게재도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음은 대한의협에 올라온 조지 처치 교수 초청 관련 웹 기사이다. <임상 강좌로서 Plenary Lecture는 ‘뇌신경 질환의 극복’, ‘인간게놈과 맞춤의학’, ‘암의 예방과 백신’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뇌신경 질환의 극복’으로는 서울대 신경과학연구소 서유헌 소장과 Nanobiotechnology 연구로 인지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대학의 Dr. Galen D. Stucky가 초대되며, ‘인간게놈과 맞춤의학’에서는 일본 동경대학의 Dr. Yusuke Nakamura를 초청해 일본 바이오뱅크 및 일본 내 맞춤의학을 위한 연구 현황을 소개할 예정이다.(중략)>
<본 칼럼은 2023년 12월 5일 울산매일신문“[박종화의 게놈이야기(36)] 마크로젠의 남성 게놈과 국내기관의 여성 게놈 해독”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