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의 HSCEI(항생중국기업지수,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상품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시 ELS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독일 10년 국채 연동 DLS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슈가 된 지 4년 만의 일이다.
ELS는 ‘Equity Linked Security’의 줄임말인데, 말 그대로 주가연계증권으로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대고객 파생상품 중 하나이다. 파생상품이란 말 그대로 주고받는 수익금이 주어진 index(지표)의 움직임에 파생되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여기서 ‘주어진 index’를 기초자산이라고 하는데, 주식의 가격이 될 수도 있고, 이자율이 될 수도 있으며, 특별한 경우에는 날씨와 같은 금융과 크게 관계없어 보이는 숫자가 될 수도 있다. 이 기초자산이 주식인 상품, 그러니까 주고받는 수익금이 주식의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상품을 주가연계증권이라고 한다.
2004년경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ELS 상품은 그 발행량이 꾸준히 증가하다, 2019년 100조원에 달하는 발행량을 기록하며 그 정점을 찍었다. 2004년을 전후해 한국에서도 파생상품 등을 활용해 높은 수익을 주는 구조화 상품을 개발하는 퀀트라는 직업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돌아보면, ELS는 한국 파생상품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쉽게 ELS라고 통칭하고는 있지만, 한국에서 ELS라고 하면 대부분 ‘2스탁 스텝다운형 조기상환가능’ 이라는 특정 구조를 가진 혹은 그 변형인 상품을 말한다. 유독 한국에서만 성행하고 있는 이 상품은 그 구조가 꽤 복잡한데, 처음 접하는 투자자에게는 그 기본적인 구조를 이해시키는 데에만 최소 15분 이상이 소요된다. 물론 익숙한 투자자들은 ‘리자드 스텝다운 형(85-85-85-80-75-65, 노낙인)’과 같은 제목만 들어도 그 구조를 대부분 이해하지만 말이다.
파생상품의 구조를 파악하자면, 조건과 그에 따른 수익구조를 파악하면 된다. 예를 들어, “1년 뒤 오늘의 삼성전자 주가가 오늘 삼성전자 주가보다 높으면, 투자금에 8%의 이자를 가산하여 돌려주고, 낮으면 투자금만 돌려주겠다.”라는 파생상품이 있다면, ‘오늘 삼성전자 주가 대비 1년 뒤 오늘의 삼성전자 주가가 높냐, 낮냐’가 조건에 해당하고, ‘투자금에 8% 이자를 가산하여 돌려주느냐, 투자금만 돌려주느냐’가 수익구조에 해당한다. 대충 봐도 알겠지만, 만약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이 반반이라 가정하면 이 상품은 어떤 경우라도 투자금에 4% 이자를 가산하여 돌려주는 예금과 같은 기댓값을 가진다.
파생상품은 이처럼 나에게 유리한 수익을 주는 조건이 있고, 불리한 수익을 주는 조건이 있다. 유리한 수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리한 수익이 나는 조건으로부터 가져왔다는 뜻이다. 이 지면을 통해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인 듯 보이는 점심이 있다면, 이 비용이 어디서 빠져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정한 조건이 만족될 때, 내가 볼 수 있는 손실을 비용으로 지급하고, 그 반대 조건이 만족될 때 이익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사 온 것이다. 이번 HSCEI발 ELS의 경우는 그 손실을 볼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이 ‘3년간 HSCEI 지수가 반토막이 난 적이 있다면’이라는 것이고, 3년 전에 보기엔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기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입했으나, 그런 일이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앞선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고객이 손실을 봤다고 해서 ELS를 운용하는 금융회사가 이익을 본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는 조건에 따라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대부분 그대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이 HSCEI 지수에 직접 투자를 했는데, 그 지수가 반 토막이 난 것과 더 가까운 상황이다. 불완전판매였다고 항변할 수는 있겠지만, 이 상품이 익숙한 투자자들에 의한 재가입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고객들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고 보기도 힘들다. 판매 창구 입장에서도 실적으로 크게 반영되지도 않는데 40분 이상을 상품설명에 할애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취급을 꺼렸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투자를 할 때는 언제나 내가 손실을 볼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해야 하고 이를 감내할 수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본 칼럼은 2023년 12월 12일 경상일보“[경상시론]다시, ELS”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