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탈(脫)석유라는 사우디의 야심 찬 계획이 기후변화 목표와 잘 매칭한 결과였을까. 꿈을 날짜와 적으면 목표가 된다. 목표를 잘게 나눈 게 계획이다. 이를 실행하면 꿈이 이루어진다. 꿈이란 비전은 이처럼 강력한 소구력을 지닌다.
‘그린’이란 비전속에서도 석유로 잇속 챙기는 아라비아 상인의 이율배반을 목도한다. 유가 하락에 맞서 사우디는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내년 1분기까지 연장했다. 사우디의 1등 기업인 아람코의 이익 창출능력은 어마어마하다. 비록 전년보다 줄어들었지만 올 3분기까지 순이익이 945억4000만 달러(124조364억원)였다. 포춘지는 아람코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다 했다.
이 와중에 사우디의 석유 발견과 아람코 탄생을 다룬 영화 ‘행운의 모래(Sands of Fortune)’가 제작된다. 1938년 최초 유정을 탐사한 미국 지질학자와 현지 유목민 가이드의 이야기를 담는다.
네이마르 주니어(브라질)가 사우디 프로 축구단 알 힐랄에 입단했다. 올해 유독 유명 축구 선수들이 유럽 리그를 떠나 사우디행을 택했다. 사우디 정부의 지원금이 한몫했다. 스포츠와 영화 활성화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꿈이 담겨 있다. 석유 이후 세상을 그리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한 축이다. 사우디는 자국에서 촬영한 영화는 제작비의 40%를 캐시백한다. 종교 문제로 폐쇄한 영화관이 2017년 부활해 신규 산업으로 떠올랐다. 나아가 세계적 수준의 영화 촬영지란 비전도 내걸었다.
거래와 흥정의 상술은 업계와 상품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 국제정세는 물론이고 상대의 처지나 심리까지 담아 심금을 울려야 한다. 국가 간 외교는 상술에 비전을 담아 세상을 움직여야 빛을 발한다. 우리 경제와 외교는 이정표에 어떤 비전과 목표를 새겨 작동하는지 못내 궁금하다.
<본 칼럼은 2023년 12월 15일 중앙일보“[조원경의 돈의 세계] 엑스포와 사우디의 비전”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