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의 핵심은 김성진 박사의 게놈 정보 전체를 비교했을 때, 기존에 발표된 다른 4개의 인간 게놈과 어떻게 다른가였다.
김성진 박사 게놈의 해독량은 약 7.8 배수의 깊이로 크레이그 벤터와 제임스 왓슨 게놈과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확도에 있어서는 제임스 왓슨의 게놈보다 훨씬 더 좋았다.
벤터 게놈은 참조표준게놈식의 생어 해독이었으므로 정확도의 비교가 안 된다.
일루미나사의 흑인 게놈의 경우 30~40배수 정도로 해독이 됐고, 양후안밍 박사의 것도 약 30배 정도가 됐다. 가천의대에서 계속 해독을 더 할 계획이었다.
가천의대는 서정선 박사와의 경쟁을 의식하고 있었고, 코빅도 그것이 하나의 이슈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논문 출간에 관심이 적었고, 데이터의 공개와 그것에 대한 활용을 먼저 한다는 데 관심이 있었다.
한국인 게놈 데이터를 코빅에서 공개한다는 것이 나의 목표였던 것이다.
이것은 게놈 데이터를 앞으로 한국에서 항상 공개적으로 하는 선례를 남겨서 국가 연구비로 한 생명 정보들이 계속 공개되는 효과가 나기를 바랬던 것이었다.
한국인 전장 게놈 공개를 통해 코빅이 속해있는 생명공학연구원 내부의 연구자들도 코빅에 데이터를 잘 주지 않는 분위기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의도도 있었다.
당시 암당뇨 연구원에서 주도적으로 보도 관련에 대해 처리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그 상황들이나 이유가 정리가 된다.
암당뇨 연구원에서 기자들을 모아서 서울에서 발표를 할 계획이었다.
12월 4일 공식적으로 정보 공개가 발표되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김성진 박사가 먼저 생물학적인 측면에서의 게놈 해독과 해석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게놈 분석에 대한 과학적인 결과를 내가 동료들을 대표해서 발표했다.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고, 교과부의 사무관도 참석을 했다.
안성민 박사가 질문 몇 개를 받고 답을 했다. 그때 한 기자의 질문에 게놈 전문 잡지인 Genome Research에 논문을 낼 것이라고 공표했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저녁에 텔레비전 방송으로도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신문에 많은 한국인 게놈 분석에 대한 기사가 나갔다.
그렇게 게놈 정보 공개 발표가 있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서정선 박사가 내게 전화를 했다.
김성진 박사 게놈은 최초가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리고 해독량이 인간게놈의 7.6 배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 누군가 그런 말을 서정선 박사에게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분석하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몇 배를 했는가 하는 것은 실험의 목적이나 과정·분석의 용도 등에 따라 어떤 숫자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1년까지도 거의 모든 수의 동·식물 게놈은 그 해독의 배수가 6~7배 정도인 것이 대부분이다. 인간 게놈 재해독도 용도에 따라 2~3배를 하거나, 4~5배를 하거나 7~8배를 하거나 20배를 하기도 한다.
2010년 발표된 네안데르탈 게놈과 데니소바인의 게놈을 분석하기 위해,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는 대충 5배 정도의 현생 인간 게놈을 재해독했고, 그 두 개의 원시 인류 게놈과 비교했다.
2008년 4월 17일 발표된 제임스 왓슨의 게놈은 7.4 배 정도로 차세대 해독기로 해석됐고, 그 정확도는 가천의대의 경우 보다도 낮았다. 그리고 게놈 해독 데이터는 2007년 5월에 공개를 했다. 공개 당시의 해독 데이터는 더 낮았을 것이다.
<본 칼럼은 2024년 1월 16일 울산매일신문“[박종화의 게놈이야기(42)] 인종별 게놈 해독은 필요하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