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상호작용 관련 논문 초안에 대한 네이처지의 리뷰는 주관적인 리뷰였고, 과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인기가 있을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 리뷰는 나중에 틀린 것으로 판명 났다.
그 뒤로 수많은 단백질 상호작용 관련 중요한 논문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의 케임브리지 박사 과정의 지도교수 친구가 네이처 유전학지의 편집장이었다. 그래서 영국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정치적이었고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여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네이처 잡지사에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다.
나는 가천의대에서 자발적으로 전문 학술지인 게놈리서치(Genome Research)에 내고자 하는 것이 좋았다. 게놈 리서치에 논문이 2월 3일 투고됐다. 논문은 코빅과 가천의대가 협력해 작성했다.
내가 초안을 작성하고 대부분 데이터와 그림, 테이블이 삽입된 후, 안성민 박사가 서론과 군데군데에 영어 문장을 수정했다. 김태형, 이성훈, 강호영, 김철홍 박사도 논문 수정 작업에 참여했다.
안성민 박사는 가천의대가 있던 인천에서 내려와 논문 작성 회의에 몇 번 참석했고, 서열 해독 부분에 있어 크게 기여를 했다. 해독과 관련해 많이 알고 있고, 트렌드에도 밝았다.
논문은 전반적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쓰여졌다.
논문의 제목은 처음에는 ‘한국인 표준 게놈’으로 정했다. 이것은 코빅과 가천의대 국가참조표준센터가 한국인 표준 게놈 사업에 서로 협력했고, 한국인과 같이 소수 민족도 하나씩, 표준 게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 논문의 취지였다.
나는 중국 게놈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에서도 왜 한국 게놈이 해독 및 분석이 돼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에 대해 여러 번의 전화와 회의, 서로 간의 의견 교환을 통해 최종 결정됐다. 실수를 한 것은, 재해독을 한 서열을 굳이 참조 표준화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 표준이라고 주장한 것이었다. 나중에 논문 리뷰에 걸려서, 그 말은 뺐다.
게놈의 코드도, 김성진 박사의 요청으로 KOREF에서 본인 이름의 약자인 SJK로 바꿨다.
안성민 박사는 표준 게놈의 중요성과 과거 코빅에서의 게놈 연구 맥락을 알지 못했다.
그래도 그 당시 안 박사와의 연구 협력은 잘 진행됐다. 나는 처음부터 SJK를 표준 게놈화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 뒤에도 표준화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했다.
2011년 진행되고 있는 한국인 게놈프로젝트의 한 핵심 연구도 표준 게놈을 만드는 것이다.
표준 게놈에서 ‘최초의 한국인’이란 주제로 더 확실히 포커스가 맞춰진 논문은 2번의 전문가 리뷰를 받았다. 내가 받아 본 리뷰 중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의 치밀한 리뷰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게놈리서치 저널이 약속을 어겼던 것이다.
게놈리서치는 개인 게놈 특별판을 2009년 2월에 출판한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크게 신뢰를 잃는 일이었다.
그 이후 나는 게놈 리서치 학술지를 낮게 평가하게 됐다. 결국 우리 논문은 2월이 아닌 5월에야 온라인 출판이 됐다.
2월에 논문을 투고하고 나서, 답장이 오지 않아서 안성민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게놈 리서치 학술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므로 논문을 빼내서 빨리 게재하는 주간 잡지인 사이언스지에 보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가천의대의 의견은 그냥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본 칼럼은 2024년 2월 13일 울산매일신문 “[박종화의 게놈이야기(44)] 최초 한국인 게놈 분석 논문 작성과 표준게놈’”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