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소중한 사람이나 무엇보다 귀한 걸 말할 때 사과를 이용한 표현(the apple of my eye)을 쓴다. 우리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뜻이다.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사과는 중요했다.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가 사과인지는 불분명하다. 사과는 언제부턴가 금단의 열매로 불려왔다. 인간 욕망의 표출인 사과는 포도주를 영적 상징으로 여기는 로마 가톨릭이 대중에 덧씌운 이미지다. 그럼에도 아담과 이브 이래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인류는 사과가 주는 치명적 맛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726년 봄 어느 날 사과는 위대한 발견으로 재탄생한다. 영국 과학자 윌리엄 스터클리는 아이작 뉴턴과 사과나무 아래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뉴턴이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그때 사과가 떨어졌다. 뉴턴은 사과가 옆이나 위가 아니고 왜 수직으로 떨어질까 생각했다. 사과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19세기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자 한 화가 폴 세잔은 사과로 파리를 정복했다.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사과는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고갱은 세잔의 그림을 보배라며 빈털터리가 되더라도 그의 정물화를 가질 거라 말했다. 오늘날 한입 베어 먹은 사과 로고는 글로벌 기업 애플의 상징이다. 로고 탄생의 비밀은 알려지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이 로고에 대한 궁금증으로 회사가 더 많이 알려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과값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과 도매가격이 1년 만에 2배 넘게 뛰어 사상 처음으로 10㎏당 9만원대를 기록했다. 그러자 민생물가에 비상이 걸렸다고 아우성이다. 소위 ‘애플레이션’으로 과일값은 3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사과는 수입금지 대상이다. 유럽 어느 호텔 로비 바구니에 놓인 공짜 사과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기후 변화 탓일까, 검역 정책 탓일까. 전 세계에서 왜 우리만 최고 비싼 사과와 마주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밀려온다.
<본 칼럼은 2024년 3월 22일 중앙일보 “[조원경의 돈의 세계] 미친 사과의 유혹’”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