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방향 제시와 제대로 된 의사소통, 그리고 동기 부여는 조직과 그 구성원이 한배를 타고 목표를 향해 달린다는 서사구조의 단골 메뉴다. 장애아를 키우면서 늘어난 공감 능력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양분이 됐다. 그는 ‘나를 따르라’는 권위주의적 태도 대신 함께 고민해 해결책을 찾아볼 테니 협조가 필요하다며 핵심 인재에게 접근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람을 감싸 안을 줄 아는 리더십이 MS의 혁신과 성공을 불렀다.
물론 누군가를 안아주는 포옹이 위협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뒤에서 덩치 큰 곰이 와락 껴안는다고 생각해 보자. 오싹한 기분이 든다. ‘곰의 포옹(Bear’s hug)’은 적대적인 인수나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략이다. 사전 알림도 없이 매수자가 타깃이 된 기업 경영진에게 편지를 보내 매수를 제의하고 신속히 결정하라는 식이다. 상대를 끌어안아 팔 힘으로 조여 허리를 압박하는 느낌이 든다.
주주가치에 소홀한 기업이 기업 사냥꾼의 기습 포옹에 당한 사례는 우리 역사에도 흔하다. 곰이 포옹했다고 다 나쁘겠나! 중국으로 돌아가는 판다 ‘푸바오’의 포옹은 포근하게만 느껴진다. 푸바오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그토록 위대했고 누군가는 출생지로 돌아가는 그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포옹은 스스로에게도 필요하다. 영어로 자신에게 잘했다며 큰 포옹을 할 때도 아이러니하게 곰을 이용한 표현이 있다. 곰처럼 큰 팔로 자신을 감싸 안을 때 발전하는 자신을 느끼며 생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까. 자신을 크게 안아주기 바란다. (Give yourself a bear hug.)
가족치료의 선구자인 버지니아 사티어는 포옹을 가장 중요한 인간의 생존과 성장 요소로 꼽았다. 그는 우리가 생존을 위해 하루 네 번, 삶의 유지를 위해 하루 여덟 번, 성장을 위해 하루 열두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서로 껴안을 때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진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식사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같은 우리 인사에도 의지가 되는 포옹의 힘이 있다. 중국 20대 청년 사이에서 ‘나무 껴안기’가 유행하고 있다. 중국의 2월 청년 실업률은 15.3%로, 한 달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한정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가혹한 경쟁에 노출된 청년의 모습이 딱하다. 나무를 껴안는 데 나무가 자신을 안아주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들은 진정 정신적 위로를 원하고 있다.
나무 껴안기는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을 가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나무 껴안기는 세계적으로 인기다. 매년 핀란드 라플란드에서는 ‘나무 포옹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평가는 세 가지다. 1분 동안 가장 많은 나무를 껴안기, 1분간 나무에 대한 사랑을 열렬히 보여주기, 가장 창의적인 포옹 방법 표현이다. 잠시 손을 뻗어 우리 주변의 나무를 감싸 보면 어떨까. 이런 자극이 우리 공동체를 튼튼하게 하고 서로에게 친근하고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연초 목표가 잘 달성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일하는 일터나 나라가 포옹이 부족한 게 아닐지 반문해 볼 수 있겠다. 우리가 나델라에게서 배울 점은 그의 포옹과 유연성으로 대표되는 ‘소프트 스킬 리더십’에 있다. 그는 조직 발전을 위한 기술 개발만큼 직원 후생을 위한 여러 해법을 모색했다. 그의 여러 면모는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저명한 아동교육 전문가이며 뇌 과학자인 제임스 헤크먼이 정의한 소프트 스킬과 일맥상통한다.
헤크먼은 어려움을 참아내는 인내력, 다른 사람과 쉽게 어울릴 줄 아는 친화력,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여는 개방성이 지적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의 마음을 제대로 열고 조금만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어떨까. 지식이나 기술 같은 하드 스킬은 일에 기본적으로 필요하나, 소프트 스킬은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데 요구되는 자질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관계를 관리하는 능력은 다행히도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 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런 소프트 스킬을 갖추려고 최고경영자가 노력할 때 우리는 포옹 사회 건설에 제대로 다가설 수 있다.
<본 칼럼은 2024년 4월 1일 한국경제 “[비즈니스 인사이트] ‘포옹’의 소프트 스킬이 기업과 사회 경쟁력 가른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