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비가 오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했다. 세계 최대 커피 산지 브라질의 가뭄이 커피 한 잔이란 여유를 위협해 왔다. 스타벅스 주가는 쓴맛이다. 사상 최고가를 쓴 미국 주식시장과 달리 거꾸로 달렸다. 원두 가격이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오르자 수출 기업이 울상이다. 이미 계약한 건을 생산 원가보다 5~1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니 짜증이다. 판매가가 오르지 않으면 수출할수록 손해인 구조다.
지난해 10월 체코 과학아카데미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맥주 관련 연구 결과를 보자. 맥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유럽 홉 재배량이 2050년까지 최대 18% 줄어든다고 하니 말이다. 기후 위기가 삶의 궁핍으로 스며들고 있다. 보리 재배나 수자원 감소도 맥주 생산에 악영향이다. 홉이나 보리를 정량보다 덜 쓰면 맥주 맛은 밍밍하고, 물을 적게 사용하면 생산단가가 오른다.
가격을 내리는 걸 발견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국내 편의점이 올해 소주 판매가를 200~300원씩 내린 건 그래서 반갑다. 국산 주류와 수입 주류의 과세 불평등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전에 국산 주류는 ‘판매 비용과 이윤’에 세금을 매겼다. 수입 주류는 ‘판매 비용과 이윤’이 붙기 전 수입신고 가격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말이다. 소주 출고가가 내렸다고 주점이나 식당에서 소주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 그들도 장사해서 먹고살아야 한다.
정부는 3월 잔(盞)술 판매 허용을 명문화했다. 소주 한 병 대신 소주 한 잔을 달라고 하는 소비자가 늘어날까. 위생만 철저히 지킨다면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하는 게 옳다. 10여년 전 급등한 배춧값이 정쟁의 대상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내릴 게 뻔한 걸 악용하는 정치인은 물가를 안주 삼아 대책 없이 염장을 질렀다. 국가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가운데에서 물가는 정권을 떠나 늘 처량한 신세로 덩그러니 있다.
<본 칼럼은 2024년 4월 5일 중앙일보 “[조원경의 돈의 세계] 커피, 맥주 그리고 소주 한 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