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7일에는 기다리던 최초의 중국인 게놈 데이터가 공개됐다.
중국인 게놈도 이미 BGI(Beijing Genomics Institute) 회사에서 몇 년 전에 그것을 한다는 보도 자료를 내고 추진됐었다. 최종 논문은 ‘최초의 아시아인 게놈’이라는 제목으로 그다음 달 네이처지에 발표됐다.
게놈해독을 위한 혈액 제공자는 BGI의 사장인 양 후안밍 박사다. 이 게놈의 홈페이지는 http://yh.genomics.org.cn/ 이다. 다음은 네이쳐의 링크이다(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56/n7218/full/nature07484.html). 논문은 open access라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이 게놈의 이름은 YH이고, 117.7GB의 데이터를 일루미나사의 솔렉사 Genome Analyzer 기계로 뽑았다. 이 중에서 102.9GB의 서열이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참조표준 게놈 HG18에 정렬됐다. 이것은 표준 백인 게놈의 99.97%를 커버하는 것이다. BGI는 자체 개발한 SOAP라는 DNA서열 정렬 알고리듬으로 307만개의 SNP 변이를 찾아냈다. 30억개에서 3백만개의 개인 변이를 찾았으니, 대충 0.1%의 게놈 서열의 변화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개인 게놈을 해독하면, 약 300만개의 SNP 변이가 나온다. 여기에 염기의 A, C, G, T에서 하나씩 빠지거나 들어간 것 (indel이라고 한다)을 13만5,262개를 찾아냈다.
우리 코빅팀은 YH를 참고하고, 그전에 나왔던 제임스 왓슨 박사의 것과 일루미나사에서 해독하고 분석한 흑인 게놈, 그리고, 가장 정확한 개인 게놈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의 게놈을 가져와서 서로 상호 비교할 계획이었다.
게놈해독 기계의 발전 속도는 컴퓨터 칩의 발전 속도보다도 더 빠르다. 매년 한 인간을 해독하는 비용이 몇십 배로 떨어지고 있다. 이 비용 절감의 효과는 생명공학에 게놈 혁명으로 다가왔다.
한자의 혁명 혹은 혁신은 보통 두 가지 뜻을 갖는다. 하나는 가죽을 완전히 벗겨내어 새로운 것으로 갈아입는 급격한 변화를 뜻한다. 고통스럽고 자주 일어나지도 않는다. 지금 게놈학이 가져온 변화는 혁명이다. 기존의 생물학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게놈 정보를 가지고 생명학을 하는 것은 게놈을 모르고 하는 것과는 다른 과학을 하는 것이다. 혁명의 두 번째 뜻은 많은 수의 일반 대중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민중이 없는 혁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놈 혁명이 중요한 이유는 일반 대중이 게놈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병원을 통해 자신의 게놈 정보를 알면 그것에서 파생되는 수백 가지의 질병, 건강, 생활습관, 음식 심지어는 문화까지도 변화하게 된다. 수천만 명의 게놈 정보가 알려지면 이때까지 고치기 어려운 많은 병들의 원인, 진단, 치료에 변화가 오고 그것을 일반인들에게 팔리는 상품으로 전달되게 된다. 게놈학은 생물학 2.0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4월 중순 게놈(연구)재단과 게놈연구소 (PGI: Personal Genomics Institute)가 설립이 됐다.
게놈 재단(홈페이지: http://pgi.re.kr)은 게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최초의 민간 연구재단이고 비영리이다. 게놈 재단은 하바드의 조지 처치와 함께 개인 게놈프로젝트(PGP)를 하고 있다. PGP의 철학은 세상의 많은 일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 공개를 통해 우리가 수십만 개의 형질들을 유전정보와 엮어서 질병을 극복하는데 이용하자는 것이다. 질병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 전자 산업, 제조 산업, 정보 산업 등 미래의 많은 영역에 게놈이 응용될 것이다. 게놈 재단의 설립은 한국의 게놈 분야 연구와 산업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 중의 하나이다.
<본 칼럼은 2024년 5월 21일 울산매일신문 “[박종화의 게놈이야기(52)] 게놈 혁명”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