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취업난과 연관된 많은 신조어들이 유행해왔다. 2003년 국립국어원의 신어로 선정됐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등은 이미 좋은 시절의 이야기가 돼버렸고, 최근에는 ‘이퇴백’(20대 퇴직 백수), ‘삼초땡’(30대 초 명예퇴직) 등이 회자된다.
작년 말 ‘사람이 미래다’고 홍보하던 모 그룹에서 있었던 20대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은 이러한 유행어들이 반영하는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취업난은 단순히 젊은 세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임금피크제가 점차 널리 도입되면서 정년연장이 이루어지고 있다지만, 일부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임금이 최고점에 달하기 전 대부분의 중장년층이 퇴직하게 된다.
나이, 세대에 관계없이 퇴직이 일상화 되고, (재)취업이 어렵게 되면서, 상당수의 경제활동인구가 직장생활이 아닌 자영업 등 창업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자영업의 현실 또한 만만치 않다.
국세청의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전국적으로 101만여명의 개인 사업자가 신규 창업을 한 반면, 폐업한 개인사업자도 76만여명에 이른다. 폐업한 개인사업자 중 창업 1년 미만인 경우가 14.7%에 달하며, 창업 후 3년 이내 폐업한 비중도 53.8%에 달한다. 주요 상권의 창업, 폐업 현황을 분석해 보면, 어김없이 창업이 집중되는 곳에 폐업도 집중된다.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권장하는 사회이지만, 자영업의 위기를 고려할 때, 창업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경제 현실 속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창업과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들이 있어 소개해본다. 우선, 올해부터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소상공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오는 2월26일은 ‘소상공인법’에 근거해 올해 처음으로 지정된 ‘제1회 소상공인의 날’이다. 이번주(2월22일~28일)는 ‘소상공인 주간’이며 이를 기념해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및 소상공인연합회 주관으로 ‘우리동네 소상공인 축제’를 개최해 할인과 다양한 판촉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에서도 270여개 사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북한, 선거 이슈에 묻혀 홍보가 많이 되지 못한 탓인지 축제의 분위기가 나지 않아 안타깝지만,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고 본다. 향후 이러한 행사들을 근린재생전략과 연계해 활용한다면, 동네 빵집, 식당, 미용실, 꽃집, 안경점 등 실생활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소상공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다함께 참여하고 상생하는 동네 축제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창업을 준비하면서 갖는 가장 큰 고민은 어디에 어떤 업종으로 창업을 할 것인가이다. 서울시의 ‘우리 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상권분석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1000여개 골목상권영역을 설정하고, 각 골목상권별, 43개 생활밀착업종별로 임대료, 유동인구, 평균매출액, 창업위험지수 등 맞춤형 상권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정보제공서비스는 창업예정자와 자영업자들의 사업계획 수립 비용을 절감시키고, 창업 실패 위험을 줄이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울산의 경우,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서비스업의 비중이 낮아 체감하는 자영업의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실제로 울산시의 경제정책도 지식기반산업 등 신성장동력 창출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탈산업사회에는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며, 울산에서도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됨에 따라 자영업 창업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동네소상공인축제 기획, 상권정보서비스 제공, 창업예정자 교육 등 자영업 창업 생태계 기반 조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2월 24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 자영업의 위기, 선제적 대응을’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