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년 뒤에 ‘노화 이야기’라는 책을 쓸 계획이다. 그때는 이미 게놈학이 생명체의 근본 기작 해명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에 선진국의 인간 수명이 평균 100세가 됐고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수억 년 동안의 진화를 통한 내 몸속의 게놈이 스스로의 서열을 해독하게 했고 그 게놈 자신이 어떻게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지를 게놈 밖의 게놈 저장소인 인간의 뇌와 인터넷에 저장하고 항노화 기술을 완성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30년 뒤 내가 75세가 될 때인 2042년에는 노화를 정지시키는 기술이 개발돼 사람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급사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명을 소중히 지키는 일에 전념하는 문화가 전성시대를 이룰 것이다. 그리고 2062년경에는 노화를 정복해 늙은 사람도 젊게 만드는 항노화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그리고 이 항노화의 핵심은 결국 게놈과 전사체, 외게놈(epigenome), 단백질체, 각종 당류의 분자 지표를 젊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될 것이다.
게놈 시대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 연구는 게놈과 환경과의 연구이고 이것은 모두 정보처리학(informatics)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게놈을 연구한다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철학이다. 미국의 조지 처치 박사가 세운 게놈 분석회사의 이름이 ‘Knowme’인데 이것은 나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또 내가 속한 테라젠의 개인 유전정보회사의 상품 이름도 ‘HelloGene’인데 이것은 나 자신의 게놈에게 인사를 하고 서로를 알아 간다는 뜻이다. 게놈은 실생활뿐만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새로운 생명 철학을 50년 이내에 제공할 것이다.
게놈 철학은 인류가 궁극적으로 가지는 철학의 가장 튼튼한 뼈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철학 기술은 미래의 산업기술에서 정보기술, 전자기술, 나노기술보다 더 중요한 기술로 인식될 것이다.
2010년 4월에 미국 동부의 케임브리지시에서 GET conference라는 학회가 열렸다. 조지 처치 박사가 주최한 것으로 10여 명의 최초의 개인 게놈분석이 된 사람들을 초대한 학회였다. 한국에선 김성진 박사와 가족들이 초대를 받았고 내 아내와 두 아들도 참석했다. 내 아내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 겟학회가 열린 미국의 케임브리지시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감회가 컸다. 내 아내의 게놈과 두 아이의 게놈도 이미 해독이 됐기 때문에 우리 가족 전체에게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학회가 열린 곳은 MIT대학 캠퍼스 지역의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였다. 그곳에 가니 로비에 커다란 아이폰 같은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테이블은 여러 가지 게임을 가지고 있었다. 내 두 아들 수비오와 제이수가 그 테이블을 가지고 여러 가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수비오는 힐리코스사(Helicos) 창업자인 스티브 퀘이크 박사와 체스를 두게 됐다. 힐로코스는 DNA를 해독하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이다. 같은 장소에서 세계 최고의 해독기 생산회사인 일루미나사의 사장인 이안 플랫틀리도 우리 가족과 만나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서 조금만 걸으면 하버드와 MIT 공동 소속의 브로드연구소가 있다. 브로드 연구소는 현재, 생어연구소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게놈연구소이다. 유태인인 브로드라는 사람이 기부를 한 돈으로 운영된다.
브로드 연구소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놈 연구소 중의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아마도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세운 JCVI(J Craig Venter Institute)일 것이다. 브로드는 1,000명 게놈 프로젝트를 생어연구소와 같이 했고, 최초의 말·도마뱀 게놈을 분석했다. 다수의 중요한 게놈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암 게놈 연구를 한다. 게놈을 깊게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유학을 갈 최고의 연구소 중의 하나이다.
<본 칼럼은 2024년 5월 28일 울산매일신문 “[박종화의 게놈이야기(53)] 게놈 미래”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