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티브 퀘이크 박사는 게놈 분야에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힐리코스사는 임산부의 핏속에 있는 태아의 DNA를 진단하는 기법을 해독기를 이용해 만들려고 했고 스티브 퀘이크 박사는 회사를 2개나 상장시킨 사람이다. 데이스 로라는 중국인 학생이 옥스퍼드대에서 최초로 임산부의 핏속에 상당수 태아의 DNA가 있으며 이것을 분석해 태아가 어떤 유전적 결함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특허를 냈다. 그 특허는 미국의 게놈전문회사인 세크놈(Seqnom)에 기술 이전이 됐는데 퀘이크 박사는 그 특허 기술과 경쟁을 하는 처지에 있었다. 핏속의 DNA는 여러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 해독될 것이다.
# 1,000달러 게놈
1,000달러 게놈의 한국어 버전은 우정훈, 금창원 씨 등이 번역을 했다. 우정훈 씨는 미국에 가기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고 그때 콜롬비아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었다. 금창원 씨는 내가 카이스트에 있을 때 석사과정 학생이었다. 두 사람 모두 생정보학에 많은 열정을 가진 젊은이다. 창원 씨 말로는 그 책이 잘 팔려서 초판을 내자 마자 매진이 됐고 2판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만큼 2011년 한국의 게놈은 많은 관심이 있었다. 1,000달러 게놈이란 제목은 게놈 분석 비용이 급격히 감소해 기술혁신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다.
# 게놈 아이들 (Genome Kids)
수비오와 제이수는 최초의 개인 게놈들이 해독되고 분석될 때 가장 어린 게놈들이었다. 이 게놈 아이들이 앞으로 게놈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지 궁금하다. 케빈의 책에도 이 아이들에 대한 언급이 있다. 아이들의 게놈을 분석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실험으로, 그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혜택을 받을지가 실용적인 문젯거리이다. 미래의 어린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게놈을 활용할 것으로 예측한다.
2012년 3월 28일 나는 수비오와 제이수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게놈 강의를 했다. 초등학교 2·3학년 30명에게 게놈의 길이가 얼마나 긴지를 설명했다. 염기서열 하나가 쌀알이라면, 4,000마일(6,000㎞)나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간단한 게임을 했다. 7종의 동물의 DNA 서열을 보여주고, 어느 동물들이 더 가까운지를 계산하는 게임이었다. 예를 들면 사람은 생쥐보다 침팬지에 더 가까운데, 이것은 사람과 침팬지 DNA 서열의 차이가 더 작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학년 학생들도 이것을 쉽게 이해했다. 그 아이들은 게놈과 DNA가 무엇인지를 어릴 때부터 배웠고, 그것이 치매와 암, 유전자 변형 동물에 이용되는 것을 아는 세대이다. 그 아이들이 46세가 될 땐 암이 정복되고, 수많은 질병들이 줄기세포나, 맞춤 예방, 맞춤 치료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을 것이다.
# 인간 게놈 기본권
철학적으로, 나는 모든 인간은 자신의 게놈을 언제든지 사회의 간섭없이 해독·분석·응용할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놈을 아는 것은 마치 자신의 얼굴을 알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자신의 게놈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는 선택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선 개인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의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볼 수가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것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개개인의 유전정보는 개인의 사생활 정보로 규정을 하고 있다. 이런 규제는 게놈 연구를 저해하고, 산업화를 통한 대중화를 저해해서, 결국 의료비용 감소에 대한 기술개발을 지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고, 이런 규제를 없앤 후 기술 발전과 대중의 이해도를 증가시키면서 도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옳다.
<본 칼럼은 2024년 6월 4일 울산매일신문 “[박종화의 게놈 이야기(54)] 임산부 DNA와 태아 DNA”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