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휴대전화에 인공지능(AI) 비서 ‘시리’를 탑재한 기업이 애플이다. 시리와 같은 음성 비서가 오류와 낡음의 표상이 되자, 애플은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24)에서 생성형 온디바이스 AI로 ‘새로운 시리’의 시대를 선포했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판치며 인공지능(AI) 기술 패권전쟁이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우리는 AI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까.
독창성의 시대(Age of Ingenuity)
<아티스트 인 머신: AI 창의성의 세계>의 저자인 아서 밀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위대한 아이디어가 무(無)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가까이 있는 정보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할 때 창의성이 샘솟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빅데이터 기반 규칙에 따라 운용되는 AI가 예술가를 위한 도구로만 여겨질 필요는 없다고 봤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AI는 미술가, 작가, 음악가로 간주될 수도 있지 않을까.
반면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AI는 예술가와 마케팅 전문가의 기술을 보강해서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더 빠르게 제작해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대규모로 콘텐츠를 생성할 수는 있지만, 무한한 콘텐츠가 무한한 독창성을 의미하진 않는다고도 했다. 인간의 생각만이 AI가 기업 가치와 브랜드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생성하도록 지시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독창성의 주체는 AI와 협업하는 인간이다.
통합의 시대(Age of Integration)
노아 지안시라쿠사 미국 벤틀리대 교수는 AI 기술이 민주화되고 보편적이어야 하는데, 소수가 좌지우지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얀 르쿤 메타 수석 AI 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먼 미래에 AI 종(種)이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보다 더 실질적인 위협은 AI 기술이 미국 서부의 몇몇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나아가 AI에 대한 공포가 촉발한 규제가 자칫 산학 공동 연구를 막을 수 있어, 작은 기업들이 몰락하거나 기술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민주적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에서는 독거노인, 장애인, 취약아동 같은 복지 사각지대의 어려움을 AI로 해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령화 시대에 AI 반려 로봇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현대 기술로 노인의 고독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약자와 동행하는 멋진 사회가 될 수 있다. 인간을 우선시하는 스마트 포용시티의 핵심에 AI가 바로 서 있어야 한다.
진정과 성실의 시대(Age of Integrity)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신기술: 청렴, 신뢰 및 반부패에 대한 관점’ 보고서에서 부패의 빛과 그림자로서 AI의 존재감에 대해 말했다. AI가 부패를 탐지, 분석, 조사, 예측, 모니터링하면서 부조리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봤다. 동시에 첨단기술과 디지털 솔루션 개발이 새로운 어려움을 야기하고 부패의 추악한 모습과 관련한 취약점을 드러낸다는 것도 인정했다. AI 같은 디지털 기술은 자금세탁, 금융사기, 사이버 범죄에 쉽게 사용돼왔다.
앞으로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디지털 신기술에 윤리적, 인권적 요소를 고려해서 AI가 진정성과 성실의 대명사로 탄생할 시대를 마주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투명성과 신뢰를 온전히 얻기 위해서는 부패에 대한 항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에 대해 우리 사회는 상반되는 두 방향을 생각하는 것 같다. 한 방향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비롯해 기업과 국가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쪽이다. AI의 발전은 경제, 예술, 교육, 바이오헬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을 끌어낸다. 다른 방향은 두려움이 압도하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다. 대량실업, 반인륜적 일탈 행위, 인류를 능가하며 적이 되려는 존재의 위협, 소수 기업이 누리는 부의 독점이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관점은 우리가 설렘과 두려움 둘 다의 관점에서 AI를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AI를 그 어느 때보다 조화롭게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본 칼럼은 2024년 6월 24일 한국경제 “[비즈니스 인사이트] 설레면서 두려운…AI 시대를 향한 세 가지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