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이 커짐에 따라,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그린’ 연료 사용에 대한 국제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소를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화석연료를 대체할 궁극의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 개발이 주목받고 있으나, 수자원 고갈과 지역적 편재성을 극복하기 위해 무한한 수자원인 바닷물(전체 수량의 96.5%)을 활용하는 ‘해수전해’ 기술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수전해 기술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양질의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지역은 대부분 물이 부족해 수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지역에 따라 태양광 편차 또한 크다. 반면, 해안가에서 양질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풍력의 경우 해수에 접근이 용이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전해 시스템, 예로 알칼라인수전해(AWE), 양이온교환막수전해(PEMWE), 음이온교환막수전해(AEMWE) 기술은 초고순도 정제수가 필요하며, 해수 담수화를 위한 추가적인 공정, 장소, 유지비용 및 이온 전도도를 높이기 위한 완충 용액이 필요한 한계가 있다. 더욱이 산업 발전, 인구 증가, 수질 오염 문제와 더불어 수전해를 위한 담수 수요가 증가하면 전 세계적 물 부족 현상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수소 생산시설 설치를 위한 주민 수용성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지역적인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직접 해수전해’이다. 직접 해수전해는 해수를 최소한의 처리를 거쳐 직접 전해액으로 활용하는 기술로 초고순도 정제수를 얻기 위한 해수담수화 공정이 필요없다. 또한, 약 3.5wt%의 염분이 포함돼 있는 해수의 전도도는 초고순도 정제수보다 약 백만배 높은 5 S/m 수준으로, 이는 수전해 공정에 필요한 완충용액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 경제적이며 효율적일 수 있다. 그리고 풍력·조력·태양광 등과 같은 해양 재생 에너지를 전력원으로 연계해 직접 해수전해 시스템을 구동하고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미래 대표적인 Power-to-X 기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해수전해 기술은 초기 단계로 해결할 과제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수전해 시, 환원전극(수소극)에선 수소가 발생하며, 반대편의 산화전극(산소극)에선 산소가 발생한다. 하지만 바닷물에는 다양한 이온과 불순물인 미생물, 미세 플라스틱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해조의 열화가 빠르다. 특히 바닷물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염소 이온은 전해조를 부식시켜 내부식성 소재를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요인으로 직접 해수전해 시스템의 효율과 장기 내구성이 떨어지면 결국 수소 생산 단가가 상승하므로 직접 해수전해 기술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귀금속 기반의 고활성·고내구성 부품·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직접 해수전해 기술이 성숙하게 되면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해수온도차, 조력발전 등의 다양한 재생에너지원과 연계해 그린수소 생산용 해상플랜트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2023년 세계전력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세계 발전량은 2만7,500테라와트시(TWh)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8,400TWh로 전년비 8% 증가하며 총 발전량 증가를 주도했다. 그 중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3,500TWh로 그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제반 시설의 제약 없이 바다가 인접한 어느 곳에서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수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직접 해수전해 소재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직접 해수전해기술 개발을 통해 바다에서 그린수소를 캐는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본 칼럼은 2024년 7월 4일 울산매일 “[에너지칼럼] 바다에서 그린수소를 캐는 기술 ‘직접 해수전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