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글로벌 경제 변화와 데이터 중심의 관점 (Global Economic Shifts and Data-Driven Perspectives)’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주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경제 환경 속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최선의 경제정책을 도출하는 것이 현대 정책연구의 거대한 흐름이자 지향점임을 보여준다.
데이터의 방대한 축적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 데이터 분석 기술의 진보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정책들도 데이터 기반으로 수립되고 실행된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을 위해 어떤 환경이 마련돼야 할까?
첫째, 지방정부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데이터 간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데이터가 일관된 기준에 따라 수집되고 정리되어야 데이터로서 가치가 크다. 데이터 간 연계성이 높아진다면 그 가치는 배가된다. 데이터의 양과 질, 연계성의 정도에 따라 정책연구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기 설계에 따라 데이터의 미래가치가 결정되므로 처음부터 공을 들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정책 연구자들은 행정 데이터를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행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행정 데이터의 공개는 때로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의 정책이 평가받을 가능성 때문에 이를 꺼리기도 한다. 그러나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고 해도 연구자들이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제한된다. 만일 지역사회에 필요한 연구라면, 데이터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Federal Statistical Research Data Centers는 우리나라의 통계청과 유사한 기관으로, ‘콜드룸’(cold room)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연구자들이 민감한 행정 데이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연구자들이 민감한 정보들을 자유롭게 이용해 분석할 수 있으며, 연구 결과를 반출할 때는 사전에 민감한 정보를 확인하고 승인받은 자료만 반출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룩셈부르크의 LIS Cross-National Data Center는 중앙 서버에 민감한 자료를 보관하면서, 인가받은 외부 연구자들이 원격으로 분석 프로그램 코드를 전송하면 중앙 서버에서 분석한 후 결과를 다시 원격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민감한 데이터의 보안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연구자들이 정확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정책 연구에서의 데이터베이스 활용도를 높인다.
셋째, 대학은 실력 있는 정책 연구자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실력 있는 정책 연구자들이 충분히 배출돼 커뮤니티가 조성되고, 연구자들 간에 진검승부의 치열한 토론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야 하며, 지역사회도 대학의 역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넷째, 연구 결과를 판단할 때 가정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질문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책 선택지를 나열하고 분류하다 보면 그중 일부는 기존의 생각과 다르거나 귀에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임의로 판단해 연구자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정책 연구자는 정책 선택지와 근거를 충실히 제시하는 것이 그 역할이고, 결정은 정책 입안자들의 몫이다. 우리는 연구의 가정과 근거를 검토하고, 논리적 비약이 있거나 연구 결과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주저하지 말고 질문해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방식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둔다면 우리 사회에 과학적 정책 수립 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며, 이에 따라 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칼럼은 2024년 7월 4일 경상일보 “[목요칼럼] 데이터 기반의 정책 수립을 위한 토양”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