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등락에 따라 증권시장이 요동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문제, 중국의 저성장 및 위안화 절하 가능성, 가파른 엔고 현상 및 신흥국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 사우디, 브라질, 베네수엘라등 자원부국의 신용등급 강등…. 국제금융시장여건은 여전히 온통 뒤숭숭하다.
세인들은 온통 국제석유가격의 등락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제 시선을 돌려 에너지 산업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흐름 및 구조변화를 직시할 시점인 것 같다.
우선 셰일혁명으로 촉발된 미국석유산업의 막강한 경쟁력은 저유황.초경질원유를 값싸게 자국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 시장구조의 변화에 기인한다. 즉 저렴하고 질 좋은 셰일원유를 투입,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제업체의 경쟁력은 유럽 정제업체 뿐만 아니라 중동산유국의 하류부문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고 셰일가스기반의 석유화학업체(셰일가스를 분해해 직접 석유화학원료를 생산하는 업체) 또한 막강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원유기반 석유화학업체를 위협하는등 기존의 에너지산업 판도를 바꿀만한 가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5년 BP 통계자료에 따르면 1일 세계원유생산량은 약 9,000만배럴이고 이중 거래를 통해 국제간 이동하는 물량은 약 5,670만배럴(원유가 3,770만배럴, 제품이 1,900만배럴)정도 된다. EIA 자료에 따르면 석유교역량의 80%이상이 유조선을 통해 해상으로 운송되고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 1일 1,700만배럴이 동 해협을 통과하며 그 다음은 중동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말라카 해협으로 하루에 1,520만배럴이 통과한다.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해상교통로인 수에즈운하 역시 하루에 460만배럴, 카스피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터키해협은 290만배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도 1일 약 100만배럴 물량이 이곳을 통과한다.
석유·가스의 국제이동관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향후 예상되는 상황을 요약하면 대략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의 셰일혁명에 따른 미국의 산유량 급증으로 미국으로 수출하던 남미 산유국 및 서아프리카 산유국들은 미국 시장을 상실함에 따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유럽으로 돌리려 해도 정체된 석유수요 및 유럽의 경제 침체로 인해 전환이 쉽지 않아 결국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둘째,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병합이후 서방의 경제제재조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감축정책등으로 대서유럽수출이 여의치 않아 소위 ‘신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아시아지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셋째, 중동산유국의 경우, 북미지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 시장을 러시아등 타국에 빼앗길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ESPO원유의 동북아 유입이후 동 유종과 경쟁관계에 있는 UAE가 가장 먼저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반증하고 있다.
넷째, 현재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로 인해 석유개발투자가 조정돼 당초 예상보다 축소 또는 연기될 공산이 커 보이지만 캐나다 오일샌드와, 베네수엘라 초중질 원유(Orimulsion)의 유입은 파나마 운하 확장과 함께 여전히 동북아 석유시장으로의 유입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미국의 셰일가스개발 및 파나마 운하확장에 따라 미국 액화천연가스(LNG)가 아시아지역으로 이동이 금년부터 개시되고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끝으로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을 추진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적 석유물류의 흐름변화를 신속하고도 장기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동북아로 유입되기 전단계에서 동 지역의 물류 시스템, 물류 특성, 타지역과의 차별성, 기술적, 환경적, 경제적 강·약점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심층적 분석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산유국간의 감산공조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는 감산카드를 선뜻 꺼낼 수 없는 내재적요인(감산할 경우, 시베리아 유전 및 송유관의 관리상의 기술적 난제(결빙등), 내륙저장설비의 제약, 유조선을 활용한 저장능력확대 곤란등)을 안고 있는데 사업추진자 입장에서는 이런 유형의 정보를 항상 파악하고 마케팅 및 고객관리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관섭 UNIST 경영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6년 2월 24일 울산매일신문 17면에 ‘석유의 국제이동 판도변화와 우리의 대응’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