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트 교수들은 삼호교 밖으로는 안 나오잖아요.”
2014년께 울산대 교수들이 주도한 ‘인문도시’ 사업에 참여했을 때, 첫 모임에서 울산대 교수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삼호교는 무거동과 다운동을 잇는 다리이지만, 그 근처를 기점으로 하여 본다면 유니스트가 울산시와 접촉이 적고 고립되어 있다는 의미로 말씀하신 듯하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유니스트 교수로서 울산에 기여할 부분이 무엇일까 더 고민을 했다. 그래서 시민강좌를 비롯하여 지역 신문 칼럼 기고 등을 통해 울산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했고, 최근에는 역사편찬위원으로서 울산의 시사 편찬에 참여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고작 이 정도 밖에 못하지만, 울산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유니스트 교수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유니스트 교수들은 우수한 성과를 통해 유니스트의 국내, 국제적 위상을 드높임으로써 울산에 기여해 왔다.
김대식 유니스트 교협회장의 6월26일자 칼럼, 그리고 임진혁 전 울산연구원장의 7월9일자 칼럼은 둘 다 유니스트와 울산의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을 반영한다. 그런데 두 분의 주장 중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먼저 임진혁 원장의 ‘울산이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 전에 유니스트가 울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제언은 뼈를 때리는 타당한 비판이다. 하지만 유니스트의 성과에 대해 지난 4년 간의 객관적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나의 평가는 다소 다르다.
최근 4년간 유니스트의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 대학 랭킹은 2021년 176위에서 2024년 199위로 하락했으며, QS 세계 대학 랭킹은 2022년 212위에서 2025년 280위로 하락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거기다가 지난 4년 간 유니스트의 연구의 양적, 질적 성과를 쏟아 내온 소위 ‘스타급’ 교수들을 포함, 50여명의 교원들이 이직했다.
따라서 향후 5년, 10년 간 그 여파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다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 및 의대 증원 등으로 인해 이공계 인재들의 부족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구성원들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위기이지만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유니스트에 존재하는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다.
요즘 미국의 대통령선거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토론회 및 NATO 정상회의에서 말실수를 연발하며 노쇠한 모습이 부각되었다. 대중은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4년간 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혹을 갖게 되었다. 민주당 정치인은 물론, 소위 친민주당 인사들이 조언과 후보 사퇴 촉구를 쏟아내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 사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사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미 언론에서는 ‘문고리 3인방’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지 않고 대선 완주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유니스트에도 지난 4년 간 쌓여온 난관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전임 총장에게 건설적 쓴소리보다는 달콤한 칭찬만 했던 문고리 몇 명은 없었는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총장을 유니스트 내부에서 선임한다고 해도 문고리 몇 명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유니스트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유니스트의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 중 하나로서 유니스트 내부의 총장 선임을 제시하는 김대식 유니스트 교협회장의 주장은 한계가 있다.
나도 유니스트와 울산을 위하는 마음을 이 지면을 빌려 전달하고자 한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충신보다는 쓴소리를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유니스트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임해주시길 신임 총장께 간절히 바란다. 유니스트의 새로운 도약은 바로 울산의 발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차세대 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2024년 7월 17일 경상일보 “[최진숙의 문화모퉁이(14)]유니스트에 있는 ‘방 안의 코끼리’”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