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울산시는 ‘울산시 바이오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그 해 7월에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울산 바이오산업육성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울산의 전통적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에 더해 미래 신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산업을 공식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유니스트 초기에 지역 관계자들과 만나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제안했을 때 아무 기반도 없는 울산에서 무슨 바이오산업이냐고 했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유니스트의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그리고 현재 의과학대학원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몇 차례 연재를 통해 바이오의료산업의 국내외 현황과 울산의 미래 신산업으로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한 견해를 피력해 보고자 한다.
먼저 바이오산업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자. 바이오산업은 생각보다 광범위한 산업분야로 기술에 따라 분류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산업의 분류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각 분야의 특성을 색깔로 나타낸 레드·그린·화이트 바이오로 구분하는 방식이 통용된다. 레드바이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질병극복과 건강증진을 위해 연구하는 생명과학기술 분야로서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린바이오는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들을 적용해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먹거리 공급, 농업과 연관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하는 분야로서 종자개량을 위한 육종기술,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술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화이트바이오는 효소나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발효나 배양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 화장품, 연료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바이오에탄올, 바이오플라스틱이 있다.
현재 울산시에서 추진하는 바이오산업은 농업과 관련된 그린바이오를 제외한 레드바이오와 화이트바이오 산업을 포함하고 있다. 울산의 석유화학산업 인프라, 울산에 위치한 한국화학연구원의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와 유니스트의 합성생물학 연구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미래 바이오산업의 한 축으로 화이트바이오 산업을 포함한 것은 국내 타 지역과 비교해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레드바이오 분야는 어떨까? 레드바이오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하기위해 바이오의료사업이라고 해보자. 2021년 정부자료에 따르면 전체 바이오산업시장은 48조원이며, 이 중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포함한 바이오의료산업은 전체 85%정도를 차지한다. 바이오의료 산업은 대부분의 지자체가 꿈꾸는 미래 신산업 1순위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의료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는 국가 의료가 수도권에 밀집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첨단복합의료단지를 보유한 충북 오송과 대구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더욱 막막해 보인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바이오의료산업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수도권과 경쟁해서 울산이 바이오의료산업의 국내에서의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자. 세계 의료시장에서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모두 채 2%가 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MRI, CT 등의 고가 의료장비나 주요 의약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서 단서를 찾아야한다. 시장 관점에서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북미시장과 인구가 많은 중국시장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제조업이나 반도체와 달리 바이오의료산업은 규제와 인허가라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 나갈 수 없다. 시간과 자본이 대규모로 필요하다. 또한 나라마다 인허가와 규제가 다르다. 이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접근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바이오의료산업은 아직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바이오의료기업을 양성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기회는 여기에 있다.
<본 칼럼은 2024년 8월 7일 경상일보 “[배성철 칼럼]울산의 미래 신산업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