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UNIST 기계공학과 김건호 교수가 창업한 교원창업기업인 리센스메디컬이 안과용 냉각마취기기인 오큐쿨(OcuCool)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드 노보(De Novo) 승인을 획득했다. FDA 드 노보는 기존에 없던 신기술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승인 절차로, 혁신적인 기술의 안전성과 효능을 철저히 검증한다. 리센스메디컬은 국내기업 최초로 FDA 드 노보 승인을 획득했다. 이번 승인은 울산시와 UNIST가 추진해 온 글로벌 바이오메디컬 창업생태계 구축의 또 하나의 이정표로 평가할 수 있다.
오늘은 울산에서 창업한 리센스메디컬이 어떻게 국내 최초로 미국 FDA 드 노보 인증을 획득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2015년 본인이 산학협력단장으로 있을 때 김건호 교수가 기계공학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당시 김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준비 중이던 창업을 중단하고 UNIST 교수로 부임했다. 당시 미시간대학은 창업을 잘하는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었고, UNIST는 개교한지 6년인 신생대학으로 막 창업지원을 위한 체계를 수립하던 단계였다. 한국에 신임교수로 부임하면서 김 교수는 미국에서 하던 창업을 바로 재개하리라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과 선배 교수의 소개로 산학협력단을 찾아왔고, UNIST가 글로벌 창업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는 설명을 듣고 울산에서 창업을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대학은 교원들의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었고, 김 교수는 2016년 리센스메디컬을 창업했다. UNIST는 리센스메디컬의 창업 초기부터 미국 임상과 FDA 승인을 목표로 지원프로그램들을 제공했다.
다양한 글로벌 창업지원프로그램 중 하나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UCSD)와의 협력프로그램이다. 이것은 UNIST 창업기업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파견해 현지전문가들의 멘토링으로 창업 초기부터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있는 회사로 성장시키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리센스메디컬은 샌디에이고에 파견된 초기기업들 중의 하나였고, 리센스메디컬의 기술을 소개받은 현지전문가들은 혁신신기술로 빠르게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FDA 드 노보 승인을 도전할 것을 제안했다. 이 후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미국 현지 임상시험 추진을 위한 협력병원 섭외까지 빠르게 진행됐다. 국내 기업으로 국내 임상과 인허가를 추진하기보다 신기술 의료기기를 미국 임상과 인허가를 추진한 첫번째 사례일 것이다.
2016년 대학의 자체 예산으로 시작됐던 이 프로그램은 리센스메디컬을 포함한 많은 창업기업들이 혜택을 받아 성장했고, 코로나로 중단되었다가 울산시의 지원을 통해 작년부터 다시 추진되고 있다.
현재 UNIST 학생창업기업으로 시작한 타이로스코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의료인공지능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FDA 드 노보 승인을 추진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갑상선질환 의료인공지능 개발기업인 타이로스코프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와 UNIST 학생이 함께 창업해 울산을 기반으로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주 40억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포함해 각종 정부지원프로그램에 선정돼 업계의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있다.
현재 바이오메디컬 창업기원을 지원하기 위해 울산이 보유한 글로벌 창업네트워크는 국내외 어느 도시보다도 앞서 있다. 서울시가 바이오 창업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10월에 오세훈 시장이 스위스 바젤시를 방문해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울산은 이미 2016년부터 미국 샌디에이고를 시작으로 UCLA, 일리노이대학, 스위스 바젤대학 등과의 협력을 통해 LA, 시카고, 스위스 바젤과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 바이오기업들을 성장시킬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울산의 신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바이오기업이 규모 있는 성장을 위해 필요한 산업단지와 젊은 고급인재의 부족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번 연재에서 논의해 보기로 하자.
<본 칼럼은 2024년 10월 30일 경상일보 “[배성철 칼럼(3)]울산의 미래 신산업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