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산업단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난 달 25일 SK이노베이션은 대한민국 산업단지출범 60주년을 맞아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1호입주기업 기념비를 받았다.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대한민국 1호 국가산업단지인 울산공업센터에서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정유회사이자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는 1964년 국내 최초의 정유공장을 준공했고, 1968년 현대자동차는 포드사와 합작으로 코티나 조립 생산을 위해 북구 염포로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설립했다. 1972년 HD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조선은 현대울산조선소 기공식을 열었다. 과거의 조그마한 어촌이었던 울산이라는 도시가 국가의 주요 3대 제조업의 요람으로 태동한 역사이다.
실리콘밸리는 어떠한가? 과거 실리콘밸리는 과수원과 채소밭이었으나, 1차 세계대전 후 대규모 연구시설들이 들어서며 미국 전자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1939년 스탠퍼드대학 출신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대학 인근 팔로 알토 집 차고에서 휴렛 패커드를 설립했다. 이 차고는 아직까지 보존돼 실리콘밸리의 발생지로 소개되고 있다.
1951년 스탠퍼드대학은 대학 인근에 89만여㎡ 규모의 ‘스탠퍼드 기술산업단지’를 조성했는데, 이것이 미국 최초의 산학협력 클러스터형 산업단지로 실리콘밸리 발전의 기반이 됐다. 1955년 스탠퍼드대학의 윌리엄 쇼클리 교수는 제자들과 쇼클리 반도체를 설립해 트랜지스터 상용화를 성공시켜 반도체산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 때 같이 참여했던 제자들 중 ‘8인의 배반자’라고 불리던 직원들이 퇴사해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설립했다. 이 8인의 배반자 중에 한 명이 ‘무어의 법칙’으로 알려진 인텔의 설립자 고든 무어다. 이 후에 실리콘밸리는 급속도로 발전하게 됐다.
울산의 신산업으로 바이오의료산업을 계획한다면 바이오산업단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전략과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바이오의료산업의 주요 인프라는 이미 수도권과 오송, 대구에 집적화됐다. 후발주자인 울산은 바이오기업을 유치하고, 울산에서 만들어지는 기업들을 지켜낼 전략적인 단지조성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울산의 산업단지는 제조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바이오기업이나 창업기업이 확장하거나 입주하고 싶은 산업단지나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차전지와 같은 대규모 공장이 요구되는 제조기반의 기업을 제외하고 유니스트에서 창업한 유망한 많은 기업들이 울산 내에서 확장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신기술에 기반을 둔 바이오의료기업들에게는 젊은 연구자들, 관련기업들과 인프라가 밀집돼있는 수도권으로의 이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리콘밸리도 팔로 알토의 차고를 발생지라고 한다.
유니스트의 창업기업들이 교내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해 생겨난지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이 기업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 머물며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이 집적화할 건물, 정책적인 지원과 젊은 연구자들을 유입시킬 주변 정주여건이 절실하다. 이 기업들이 잘 성장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타 지역의 기업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소용돌이의 핵으로 클 수 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 대학의 역할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스탠퍼드대학을 소용돌이 대학(Vortex University)’이라고 한 것이 이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7월 시카고에 위치한 포털 이노베이션즈를 방문했다. 이 곳은 바이오기업에 특화된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2개의 건물을 보유하고 60여개의 기업들을 유치해 시카고를 중심으로 미 중서부지역의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에 필요한 기본적인 연구인프라를 제공하고 시카고 다운타운이 바라보이는 지역에 도시재생사업과 맞물려 건물을 신축했고, 시카고의 젊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힙한 지역과 인접해 있다. 시카고대학을 포함한 지역의 주요 대학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산업을 꿈꾸고 있다.
울산도 이런 개발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칼럼은 2024년 12월 4일 경상일보 “[배성철 칼럼(4)]울산의 미래 신산업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