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미국의 대통령으로 재선되면서 미국의 전기차 시장과 인프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을 우선시하며 친환경 정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에너지 정책 기조가 전기차시장의 근본적인 성장동력을 흔들지 못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전기차시장에 던지는 도전과 기회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연방 차원에서 전기차 지원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연방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배출가스 규제 완화, 충전소 인프라 확장 지원 축소 등은 단기적으로 전기차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기조는 전기차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세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트럼프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하고 캘리포니아 주의 독립적인 배출가스 규제 권한을 철회하려 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전기차 판매는 증가했으며, 2017년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20만대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약 26% 성장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자생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전기차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전기차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은 이미 독자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지난 3년간 15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일례로, GM은 2025년까지 350억달러를 투자해 30개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테슬라는 오스틴 기가팩토리 설립을 통해 연간 200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포드도 향후 4년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약 5000만유로(약 740억원)를 투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시장 트렌드를 넘어선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이미 장기적인 계획과 자원을 투입한 상태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이들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흔들 가능성은 낮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연방 보조금 폐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이미 로비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연방 정부 정책 변화는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주정부 차원의 친환경 정책에 의해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연방 보조금 축소에 대비해 자체적인 전기차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의 11개 주는 전기차 의무 판매 비율 상향을 목표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40~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 정책의 주도적 추진은 전기차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기후 변화 대응 압박과 더불어,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유럽연합(EU)은 2027년부터 전기차에 대한 배출권 거래제를 강화할 계획이며, 중국은 전기차 생산 보조금과 충전소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 GM, 포드와 같은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오히려 기술 개발과 생산량 증대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전기차 시장에 단기적인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산업의 자생적인 성장 동력과 주정부 및 국제적 압박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더 이상 단순히 연방 정부 정책에 의존하지 않으며, 글로벌 경쟁과 지속 가능한 경제의 필요성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인프라와 시장의 발전은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본 칼럼은 2024년 12월 5일 경상일보 “[목요칼럼]트럼프 재선과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국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