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정말로 우리 삶을 바꿨는지, 아니면 단순히 예산만 소모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정책이 없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라는 반사실적(counterfactual) 분석을 통해서만, 그 ‘진짜 효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단순한 상관관계 수치로는 부족하다. 과학적인 인과추론이 뒷받침돼야 과거의 정책을 정확히 평가하고, 새로운 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설계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인과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면, 정책의 성패를 단순히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정부가 인과관계를 정밀하게 파악해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시민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인과관계를 활용해 정책 효과를 분석한 실제 사례로, 유니스트가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정밀하게 살펴본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이종관 교수의 연구를 소개한다. 이 연구는 ‘The Role of a University in Cluster Formation: Evidence from a National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in Korea’라는 제목으로 2021년 도시·지역경제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에 게재됐다. 정부·지자체가 추진한 정책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유니스트는 기술 혁신과 지역 경제 발전을 목표로 2009년 울주군에 설립됐다. 그렇다면 유니스트가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단순히 ‘유니스트 설립 전후로 고용이나 기업 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만 비교해서는 부족하다. 다른 요인들도 같은 시기에 지역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과추론 기법이다. 가령, “유니스트가 없었다면 울주군 경제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가상 상황을 만들어 실제 결과와 견줘보면, 유니스트가 가져온 진짜 변화를 좀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그중에서도 ‘통제집단합성법(Synthetic Control Method)’을 활용했다. 울주군과 비슷한 다른 지역들의 자료를 조합해 ‘유니스트가 없는 울주군’을 가상으로 만들어내고, 2009년 이후 실제 울주군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유니스트가 없는 ‘합성 울주군’을 만들어 실제 울주군과 차이를 살펴보면, 그 차이가 곧 유니스트 설립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가 1997년부터 2016년까지의 자료를 활용해 개발한 연구방법을 토대로, 필자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통계청 자료를 새로 추가해 분석해 본 결과, 2020년 기준 유니스트로 인해 울주군의 고용은 약 20%(미설립 시 10만1079명→설립 시 12만859명) 증가했고, 기업 수는 35%(미설립 시 2830개→설립 시 3824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니스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산업분야의 기업 수는 59%(미설립 시 1838개→설립 시 2926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유니스트가 생긴 뒤 고용이 늘었다’는 상관관계가 아니라, 다른 변수들을 최대한 통제한 뒤 ‘유니스트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책 설계와 분석에서 인과추론은 꼭 필요한 도구다. 복잡한 사회·경제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냈는지’를 과학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탄탄한 분석을 기반으로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제대로 된 인과관계 분석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본 칼럼은 2025년 1월 2일 경상일보 “[목요칼럼]UNIST가 없었다면, 울산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