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국 AI 기업 딥시크의 충격파가 한국 증시까지 흔들고 있다. 몇 해 전 알파고로 대중에게 알려진 AI는 지난해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마저 휩쓸었다. 사람이 하던 공부마저 이제는 AI가 더 잘하는 시대가 되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오늘 배운 기술이 내일이면 쓸모없어지기도 한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해외 선진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영문 첫 글자 조합) 교육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미국에서는 STEM 인재양성을 국가 경쟁력으로 간주하고 연구, 산업, 혁신 분야 전반에 걸쳐 STEM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STEM 교육은 기존 방식을 넘어, 학문 간 연계 학습과 결합을 통해서, 보다 ‘융합적인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라고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STEM 교육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힘을 길러준다. AI로 매일 변해가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인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선진 교육을 우리 울산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울산시와 울주군, 북구청, 교육청 등의 지원으로 UNIST 리더십센터에서는 3년 전부터 울산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STEM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STEM 교육을 광역시와 지자체가 함께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례는 울산이 유일하다. 울산은 이미 미래 교육에 발 빠르게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UNIST의 STEM 캠프는 울산이 자랑할 만하다. STEM 교육은 여러 학문이 융합되고, 실생활에 필요한 문제 해결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직접 융합교육 컨텐츠를 구상해서 중·고등학생을 교육하는 ‘Near Peer STEM Mentoring’ 방식을 활용한다. UNIST도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STEM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과학 캠프가 정해진 실험을 따라 하는 방식이라면, UNIST STEM 캠프는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blemBased Learning)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과 연결된 과제를 해결하며 사고력을 키우게 된다. 캠프에서는 ‘온실가스 대응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AI 기반 맞춤형 스토리 생성’, ‘구동원리 이해 및 소형자동차 제작’ 등 과학·기술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STEM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열정과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자신이 직접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그램을 코딩하고, 자동차를 제작하느라 밤잠까지 포기한다. 중·고등학생들이 프로그래밍한 코드가 오히려 대학생 멘토들의 연구 주제로 활용될 정도로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친다. 모호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STEM 캠프 경험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대학생 선배들은 아이돌과 같은 존재다. 그만큼 대학생 멘토들의 가르침과 경험은 학생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 높아만 보이던 UNIST 대학생들의 실패담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꿈을 꾸게 만든다. 캠프 마지막 날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STEM 캠프를 계기로 학문과 진로에 대한 목표를 새롭게 설정한 참가자들도 많다. 일부 학생들은 UNIST에 입학하여 멘토 선배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STEM 캠프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생각하는 고통이 따르고, 낯선 사람들과 마주해야 하며, 학원 갈 시간도 희생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자녀들은 우리가 모르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며, 함께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UNIST STEM 캠프에서 자녀들이 눈을 반짝이며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라.
<본 칼럼은 2025년 2월 19일 경상일보 “[기고]글로벌 선진교육의 장”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