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하나도 없다. 물론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매우 닮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금은 차이가 있다. 옷을 사러 가거나, 화장품을 사러 가거나, 먹을 것을 정할 때도 우리는 다른 것들을 선택해서 입고, 바르고, 먹고, 마신다. 또한 인류는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해서 살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르게 태어나, 너무나 다른 의식주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다른 우리들이 어떤 질병에 걸려서 병원을 찾게 되면, 약의 부작용이 있는지만 확인하고, 대부분 같은 처방을 몸무게 정도의 차이에 의해 받는다. 받은 약이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잘 듣는데, 또 다른 사람에게는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그리고, 우리는 참 많은 미디어에서, ‘암을 치료할 약이 개발되었다’, ‘당뇨에 정말 잘 들을 약이 개발되었다’ 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들이 모두에게 다 듣지는 않는다. 혹자는 이러한 기사를 책임 없는 과학자, 의사들이 연구의 성과를 과대 포장해서 발표한다고 비평하기도 한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길까?
최근 들어 우리는 맞춤 의학 (Personalized medicine) 이라는 말을 종종 듣고 있다. 과연 맞춤 의학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이러한 새로운 방법이 왜 대두가 되었는지, 기존의 의학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맞춤 의학이 생기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맞춤 의학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를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몇 가지 예와 함께 이야기할까 한다.
생물학과 의학의 발전이 이루어 질 때, 많은 역할을 한 것은 실험에 사용된 동식물들이었다. 이러한 동식물들은 실험에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서 동종 라인 (isogenic line)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종 라인으로 만들어진 쥐, 초파리, 각종 식물과 같은 실험에 사용되는 생물체들은 거의 대부분의 유전 정보가 동일하다. 따라서, 하나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데 가장 적합한 실험 생명체가 된 셈이다. 이러한 동종 라인을 이용함으로 생물학과 의학의 기초가 되는 유전자의 기능 연구가 20세기 동안 괄목 할 만한 성장을 하게 되었다. 동종 라인을 가지고 수행되는 실험에 사용되는 동식물들은 실험 기간 동안에 똑같은 환경에서 같은 영양 섭취를 하면서 자라게 된다. 이러한 동종 라인을 이용한 똑같은 환경에서의 실험 조건으로 한두 가지의 유전자 조작, 환경 변화에 따른 실험 동식물의 변화를 관찰함으로 특정 유전자의 기작,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기작을 연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최근 흔히 듣는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은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동종 라인을 이용한 특정 환경에 반응하는 선구 물질의 개발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많은 연구 결과의 발표에도 아직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질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일단 실험동물과 많이 다르고,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동종 라인과 달리 우리는 서로서로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실험동물처럼 한 가지 환경에서 생활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개개인의 차이로 유전자의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연구하는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 (Genome Wide Association Study; GWAS) 학문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연구는 인간 유전체 정보인 염기 서열의 분석이 완성된 후 발전한 유전체 분석 기술과,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저장 및 처리할 수 있는 전산 기술의 개발 덕분에 가능해 졌다.
최근 들어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으로 개개인의 차이에 의한 유전자 기능 차이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하였듯이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달라서 질병의 발생이나 치료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개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차이에 기초하여 치료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맞춤 의학이다. 맞춤 의학의 필요성은 지난해 1월20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연설 (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 정밀 의료 계획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이라는 표현으로 발표되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2016년부터 한해에 2억1,500만달러 (~2,500억 원)의 예산을 따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맞춤 의학은 생물체의 다양성, 즉 개개인이 유전적으로 그리고 환경적 노출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유전정보와 기능을 한층 깊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가능한 질병의 치료제들도 우리들의 다양성을 하나의 조건으로 놓고 다시 연구를 하게 되면, 맞춤 의학의 선도 물질로 개발되리라 생각된다. 다음 몇 달 동안의 칼럼에선 이러한 맞춤 의학이 가능하려면 어떤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지를 몇몇 예를 들어 설명하고, 맞춤 의학이 우리 생활에 가져오게 될 변화를 상상해 볼까 한다.
명경재 UNIST 특훈교수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단장
<본 칼럼은 2016년 3월 18일 울산매일신문 5면에 ‘[명경재 칼럼]유전체 맞춤 의학이 왜 필요할까?’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