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메라 회사가 있었다. 코닥(Kodak)이다. 20세기 코닥은 사진 산업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한 글로벌 기업이었다. 21세기 애플이 스마트폰 산업에서 갖는 위상에 비견할 만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곧 코닥을 떠올리는 일이었고, 코닥은 기술과 시장 모두를 지배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1970년대, 코닥의 엔지니어 팀은 디지털 사진 기술을 구현해 냈다. 이는 단순히 사진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향후 전개될 디지털 혁명의 서막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공로로 당시 연구개발팀을 이끈 스티븐 새슨은 훗날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최고 발명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기업은 디지털 시대에 무너져 내렸다. 디지털 사진 기술을 자체 개발한 지 40여 년이 지난 뒤, 코닥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현재 코닥이라는 기업은 존속하고 있지만, 20세기 전성기에 비하면 그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이야기를 19세기 말로 돌려보자. 조지 이스트만이라는 젊은 창업가가 하나의 벤처기업을 세운다. 이 벤처기업이 바로 코닥이다. 당시 사진 기술은 이미 존재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액체 화학물질을 다룰 수 있어야 했다. 사진은 전문가의 영역이었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기술이었다. 이스트만은 이 불편함을 없애고자 했다. 그는 마른 필름을 사용하는 휴대용 카메라를 개발해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10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 카메라는 당시 미화 25달러에 판매됐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900달러 수준으로, 오늘날 아이폰 가격과 비슷하다. 당시 2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성장하던 미국의 중산층은 이 제품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였고, 코닥이 만든 카메라는 빠르게 확산됐다. 벤처기업 코닥의 성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코닥은 필름 사진을 둘러싼 산업 전체를 만들어 나갔다. 필름을 생산했고, 현상과 인화를 위한 장비를 개발했고, 인화된 사진이 소비자에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설계했다. 사진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가치 네트워크로 묶어낸 것이다. 마치 애플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벤처기업 코닥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성공의 핵심은 기술 자체에만 있지 않다. 사진 기술은 코닥 창업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코닥이 만든 것은 기존 기술을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이었다. 또한, 코닥이 만든 것은 이를 구현하는 사업모델이었다. 코닥은 제품 시장을 만들어 냈고, 대량 생산방식을 구축했고,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거대기업 코닥은 왜 실패했을까?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코닥은 디지털 사진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구현한 기업이었다. 문제는 성공의 역설이다. 필름 판매와 현상-인화 서비스는 코닥에게 수십 년간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고, 코닥의 기존 사업모델은 이에 완벽하게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아날로그 모델은 수십 년 동안 성공하면 할수록 조직 곳곳에 더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너무 잘 작동했기 때문에, 오히려 바꾸기 어려웠다. 디지털 사진은 이렇게 오랫동안 짜여온 기존의 성공모델,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왔던 코닥의 조직과 충돌했다. 코닥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지만, 그 기술에 맞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조직 안에 뿌리내리는 데 실패했다.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제품과 사업모델을 함께 만들어 간다. 제품 개발만큼이나 사업모델 설계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그리고 이 과정을 함께 넘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성공을 거둔다. 다른 한편, 성공한 기업이 새로운 기술 앞에서 실패하는 이유에도 공통점이 있다. 성공의 방정식에 맞춰진 조직의 역량은, 그 성공의 크기에 비례해 그 정도 만큼 바꾸기 힘들다. 성공의 신화를 써가면서 만들어진 조직의 역량을 바꾸는 일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코닥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기술혁신과 사업모델의 혁신이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성공모델은 다음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칼럼은 2026년 2월 3일 경상일보 “[경상시론]코닥 이야기: 성공의 열쇠, 성공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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